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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 HUH Jun 10. 2024

성수동 짜이 집에서 만난 격정적인 여자.

'예민함이라는 선물'


1.

희한하게도

최근 읽는 책들은 나에 대한 큰 깨달음을 준다.


성수도서관 추천도서 중

내 마음을 사로잡는 책들을 골라오는 편인데,


누군가 한번 필터링한 책이라 그런지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빈도가 높아진 요즘. 



2.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빠가 보낸 카톡에 나는 쿡 찔렸다.


아빠의 목적은

누가 봐도 '응원', 그 기반은 '나에 대한 사랑'인데


이상하게 나는

경계선 안을 깊게 침범당한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날카로워졌다.


아침 요가를 가며

구질구질하게 아빠에게 카톡으로 내 입장을 보냈다.


구린 사건의 발단. 내 카톡 프사..ㅎㅎㅎ


3.  

그리고 시작한 요가 수업.

일단 모든 행동과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였다.  


허나 중간중간 떠오르는 것은

아빠의 말이 아닌 '내 마음의 정체'.


'아빠는 퇴사 후 공백기를 갖는 나의 마음을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내 부모여서이기도 하지만,

아빠 역시 나와 같은 기간을 오래 겪으셨으니.


그럼에도 내가 뾰족하게 반응했다는 것은

1.5달밖에 되지 않은 공백기 동안

나도 모르게 쌓아 올린

자기보호와 자격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격지심이었다면, 나 지금 상당히 구리다.'


요가와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던 길.

아빠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담아 카톡을 보냈다.


37살 먹고도 삐뚤어지는 나.


4.

내 장점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심플하다.


일단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게 상처가 될지 언정,

일단 벌려서 상처의 깊이와 넓이를 확인한 후

효능 좋은 소독약을 발라야 한다.


1) 돈을 모으려면

현재까지 자신이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

평소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는지 봐야 하며


2) 살을 빼려면

지금 내가 몇 킬로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를 데리고 잘 살려면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예민함이라는 선물'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소장각이다.


5.

아침에 별 것 아닌 걸로 스스로 찔림 당한 터,

날 평안하고도 자유롭게 만들어 줄 장소가 필요했다.  


그리곤 성수동 '높은산'이라는 짜이집으로 향했다.


가게에는 주인분과 손님 2명뿐.

2명의 손님은

가게 좌/우측 테이블에서 각기 책을 읽고 계셨고,

나 또한 중간자리로 가 조용히 책을 꺼내 들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날도 있지만

조금은 쓰라리게 느껴지는 날도 있기에


이 책을 읽을 '장소'는 내게 무척 중요했고

그런 의미에서 '높은산'은 내게 참으로 적합했다.


어느새 빵까지 추가..



6.

‘그리 별난 사람 없다’는 말이 맞나 보다.

이 책은 37년 동안 내가 살아온 패턴의 상당 부분을

담고 있었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예민한 사람이었다.  

허나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내가 '격정적'이기도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민한데 격정적이라니.

같이 사는 파트너에게 얘기하니 '무섭다'라고 했다.

(미안허게 됐수다)


무소속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날 잘 사용하려면 격정적인 모습까지

잘 운용해야 할 것이다.


격정적인 나,

웃통 까고 가슴 열고 세차게 품어준다.  


※ 마지막으로,

책에서 언급한 나와 같은 사람의 특징 일부이자,

나조차 인정하는 나의 성향을 담은 문장들을 공유한다.


본인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격정적인 면 또한 있진 않을지 탐색해 보아도 좋겠다.


1) 지적 호기심은 기존의 체계에 의문을 품고,

그런 체계를 평가하고, 철저히 검토하게 만든다.


2) 당신의 예민함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고,

세상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3) 당신의 에너지는

강력한 행동을 취할 체력과 동기를 준다.


4) 당신은 과거와 미래의 두려움에 직면하면서

잘못된 확실성을 붙잡으려 한다.


5) 당신은 '가능성의 현기증'에 겁을 먹어서,

흥분을 참지 못할 것이다.


자유에 대해 걱정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선택권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택에 대해 어른다워지고,

선택한 삶에 헌신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을 슬퍼해야 한다.


5) 전통적인 길을 걷지 않는다.  

격정적인 사람 중에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인생

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진정한 욕구나 필요를 바탕으로

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관습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자신의 진실을 따라서

산다는 의미다. 설사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6) 당신은 예민하고 격정적인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기회를 얻거나,

계속해서 거짓된 삶을 살게 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7)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조언을 구할 것이 아니라,

책과 자서전을 읽으면서

시공간을 초월해 당신과 비슷한

부류의 영혼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


또 글쓰기, 일기 쓰기, 예술 작품이나

음악을 창작하는 등의 활동도 좋다.


8) 인간관계를 '평화'라는 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인간관계를 골치 아프고 변덕스럽다는 생각 하며

공허감 속에서 외롭게 살게 될지 모른다.


9) 분노와 사랑은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완하는 개념이다.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사랑과 분노,

상처와 좌절의 역설이 반영된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방향을 성장해야 한다.


10) 인생의 동반자와 소울메이트를 구분한다.


인생의 동반자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다.

그들은 당신과 나란히 앉아서 집안일과 같은

삶의 과업을 함께 해결해 나간다.


소울메이트는

영혼의 깊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당신의 빠른 생각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상상의 세계에 동참하고, 당신의 비전에 흥분하고,

당신이 직관적으로 보는 것을 본다.


11) 당신 삶의 목표는

자신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랑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다.


긍정적인 특성, 부정적인 특성,

매력적인 측면, 눈에 거슬리는 측면

모두를 포함한 자신을 온전히 포용하는 법.


12) 당신의 뇌는 스포츠카처럼 작동해서

강력한 추진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맡은 일에 초집중 상태에 이르며,

퇴근을 하고 나서 까지

긴장이 좀처럼 안 풀리기도 한다.


13) 격정적 사람들의 대다수는 직장에서

'아주 곤란한 중간자적 입장'에 처해있다.


당신은 배우는 속도가 빨라서

적은 노력으로 기술을 습득한다.


동료들은 불가피하게 당신의 효율성에 기댄다.

당신은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14) 일에 대한 동기는

본질적인 성격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당신은 도전받고,

과업을 뛰어나게 완수하고,

자신의 기준을 충족할 때의

황홀한 기분을 즐기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격정녀의 글,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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