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주 제주도 여행은
생애 처음 렌터카를 빌려 가족들을 태우고 다녔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비교적 외진 곳에 있어
밤에 그 숙소를 가려면
레알 앞이 안 보이는 컴컴한 길을 지나가야 했다.
2.
첫째 날 밤, 컴컴한 길을 지나는데
너무 컴컴해서 비현실적이라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고,
뒷자리에는 부모님이 타고 계신데.
일단 못 먹어도 고 했다.
둘째 날 밤,
다시 컴컴한 길을 지나가면서 느낀 점이
바로 오늘 내가 기록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1)
비현실적인 어둠을 다시 한번 맞닥뜨렸지만,
전일 이미 경험한 바를 통해
결국 어둠의 끝이 있다는 걸 아니 마음이 편했다.
2)
컴컴한 어둠 속 하이빔을 키면
운전자인 바로 내 코앞 길만 겨우 보였다.
코앞 그 너머의 길은 여전히 컴컴했기에,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그 길만 집중하며 액셀을 밟았다.
근데 보인다 해도 또렷이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내가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헷갈렸다.
그럴 땐 눈을 부라리며
좌측 차선을 노려 보았고, 부라리면 보였다.
부라려도 안보일 땐,
우측 차선을 부라렸고
우측이 더 잘 보일 땐 우측에 집중하며 지나갔다.
그렇게 밤운전이 끝난 후
동생은 자기 같았으면 무서워서
어둠 속에서 비상등을 켜고 멈췄을 것 같았고
그렇게 멈췄다면 더 오랜 시간 어둠 속에 있었을 텐데
언니가 끝까지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앞으론
어둠 속에서 핸들을 끝까지 놓치면 않아야겠다고
말해주었다.
3.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내가 한 밤운전이
우리네 인생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어둠이 지나가면 반드시 빛이 오며,
곧 빛이 나온다는 걸 아는 상태로 만나는 어둠은
분명 견딜 만/지나갈만 하다는 것
2) 어둠에 있을 땐,
지금의 나와 멀리 떨어진 그곳(도착지)이
보이지 않음에 좌절하지 않고
3)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그곳만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야 하며,
4) 부라려도 보이지 않을 땐, 시야를 달리해
보이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당장 내 코앞의 보이는 것들,
매일 내게 높여진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빛에 달한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입하고 싶은
철학을 직접 경험했다 느껴 기록한다.
[그래서 결론]
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의 순간 내게 놓인 상황들을 파악한 후
충실히 행하다 보면 어느새 밝은 빛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