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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h Sep 10. 2024

요가, 짜이, 가죽지갑 그리고 윤진서 에세이

37.9세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들


1.

지난 주

성수동 요가원 투어를 끝 마치고

최종 한 곳에서 1년 무제한 등록권을 끊었다.


9월 한정 9%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하여,

총 125만원을 결제했다 (월 10만원 꼴)  


가장 다녀보고 싶은 요가원이었으며,

가장 유명한 요가원임에도,

가장 가격이 저렴한 요가원이라니!!


바로 등록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심지어 공간도 아름다움, 공간이 전부인 나인데! ㅠ




2.

이곳은 다양한 선생님들의 수업이 고루 배치되었기에

난 매일 다른 선생님께 다양한 요가를 배우게 된다.  


또한 이 곳 특성 상

요가 고수(?) 님들과 요가 강사님들이 많기에

압도적 쌩초짜인 나는 마음 편히 수업을 즐긴다.


그럼에도 평소 땀이 없다 생각한

나의 개슴과 등에서 흐르는 땀줄기를 느낄때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푸할할. 운동복은 자작히 적셔줘야 제 맛)


3.

오늘 내가 기록을 하는 이유는

요즘 내가 느끼는 신기하고도 소중한 감정 때문이다.


요즘에서야

나는 비로소 회사밖의 삶에 적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를 잘 데리고 살고 싶다는 의욕으로


1) 1시간 단위로 시간표를 짜고,

2) 잠만보임에도 아침 7시 기상 후 운동을 하며,

3) 배워보고 싶은 것도 배워 보고

4) 회사다닐때 부업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도 했는데


평소 행실대비 (?) 투머치로 바쁘게

꾸역꾸역 살아내면서도 마음은 무척 불안했다.


(마치 공갈빵 형태,

부풀어는 있는데 주먹 한방 맞으면 치킨 바사삭임)


그때 나의 전직장 아름다운 동료,

민선이 매니저님이 해준 말


'매니저님, 왜이렇게 열심히 사냐구. 쉬어도 된다구.

퇴사 후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 놀아도 되나?

내가 이렇게 잉여인간이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지만 몇개월 지나면 적응할거라구'


그 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말을 자알 경험하고 있다.

(탱큥 민선언니)


4.

자기 전 또는 기상 후 아침

내 머리와 가슴 속 뭉쳐있는 생각과 감정은

요가원에서 몸을 이완하고 또 깨우면서

쭈욱 풀어져 버린다.


특히 요가를 다녀온 후 나의 언행은  

조금 덜 앙칼지며, 조금 더 보드랍다.


희준이에게 이런 요가의 장점을 말했더니

매우 행복해하며

'나 이제 편하게 살 수 있는 고햐?'라고 말함.

(불쌍한 넘. 일단 그렇다고 할게)


5.

요즘 매일 오전 2시간씩 요가를 하고 있는데,

오늘 오전 요가는 특히나 더 좋았다.


근육이 없어 바들바들 떨리는 내 몸을 밴드가 잡아주니

타이트한 햄스트링이 시원하게 열리며

너무도 개운하고 행복했다.


요가원을 나오니,

햇볕도 따뜻하고~ 몸도 개운하고~

이 기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가져가고 싶어

나의 최애 짜이집인 높은산으로 향했다.


늘 멋진 공간에서

늘 맛있는 짜이를 마시며

윤진서의 에세이를 읽으니

온몸의 세포가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

요가 생초보인 나는 전굴이 특히나 안된다.

거의 막대기 수준인데 이상하게 되는 동작이 있다.


바로 우르드바 다누라.

왜 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자세임다


집에서 한번 쓰윽 해봤는데 되는 것이었다. ㅠㅠ


왠지 중수 이상만 할 수 있을 듯한 동작이 되니

할매 같은 말투로 스스로에게

'참으로 고맙네~고마워~' 라고 여러번 말하게 되었다.  


7.

요가원에선 요가 전 명상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기도를 하거나 내 스스로를 칭찬해준다.

잘 하고 있고 고맙다는 말을 해줘 본다.  


살면서 내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해본적이 있었나?


이 자체로 나는 요가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8.

지난 주 또 높은산을 갔을 때 (한놈만 패는 편)

내 옆자리 손님 2분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나는 이 공간만 오면 마음이 참 편해져'


나도 딱 저 이유로 이 공간을 좋아하는데,

‘짜이 성분에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성분이

있을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언제 가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9.

짜이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진서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을 이완하던 중,


윤진서의 글에는 하루키 느낌이 묻어있다.


문득 바라보게 된 나의 가죽 지갑.

4년전? 즈음, 망원동 가죽공방에서 만들었던 아이.


당시 난 가죽공예를 배우고 싶었고

여러 공방을 검색하던 중

내 기준 가장 멋진 작품을 만드시는 분을 발견해

연락드리고 수업을 들은 바 있다.


그렇게 3년 이상을 들고 다닌 이 지갑,

자연스럽게 내 손에 익은 이 지갑을 보면서도

새삼 다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꺼내본 나의 가죽 시리즈들


10.

내가 이 삶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행동이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크게 무엇을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잘 살아가진다는  것.


매일 내 자신의 컨디션을 느끼며 정리해 나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마지막으로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희준이의 월급으로 편히 사는 것.

(희준이를 통해 빠는 꿀이 참 다네요..)


참 좋다.


그리고, 혹시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이 있다면

요가를 해보기를 추천해 본다.


나만 하기엔 정말 너무 좋으니꽈...

희준이가 찍어준 영상, 차투랑가 할 줄 아는 척?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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