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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30. 2020

경쟁자의 등장에 대처하는 자세

스키밍 전략 테스트



어떤 사업이든 경쟁자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실제로 경쟁이 없는 사업은 없다. 설령 지금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나타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데 그것의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을 피하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차별화를 두어 경쟁자와의 치열한 경쟁을 피하면 지속적으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만약 경쟁우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지속시간이 매우 짧으며 끊임없이 경쟁우위에서 밀렸다기 다시 회복하고, 회복 후 밀렸지만 다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켄터키 대학의 월터 페리어는 1987년부터 1998년까지 16개 산업 내 2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제품 출시, 가격 인하, 마케팅 활동, 모델 수정 등 각 기업의 경쟁 행동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경쟁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취한 기업들의 주주자본 이익률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시장이 무한 경쟁에 들어섰다고 인식하는 기업일수록 경쟁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 일취월장 p.182


이처럼 경쟁은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요소이고 이에 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는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경쟁자를 대비하고 대응하지 못했다.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오로지 흔들리는 멘탈을 지키는 것을 전략으로 버티기만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공부하고 대비하여 그때보다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 그중 내가 취한 전략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 눈 앞에 똑같은 상품 구성을 들고 나온 경쟁자를 만난 건 한창 마켓으로 정신없던 작년 봄이었는데 나는 그 경쟁자의 등장을 이미 예상한 상태였다. 그 업체의 중간도매업자가 내게 자신의 상품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지 한번 떠본 상태였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아니라 제조사에서 한번 더 유통과정을 거치는 도매업자였다.) 이때 나는 책 몇 권을 너덜 거릴 때까지 파면서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먼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선택 프로세스에 따라 경우의 수를 여러 가지로 놓고 대비를 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바로 스키밍 전략이었다. 이것은 고가로 출시한 후 점차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거나 제품의 차별점이 확실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나는 살짝 다른 상태였지만 이 전략을 구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경쟁자가 등장했을 당시 출시 초반 가격에서 한번 가격 상승을 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한 상태였는데 대체로 살짝 비싼 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작은 이 시장 내에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상태였고 새로 등장한 이 경쟁자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홍보를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내가 가격을 확 낮추면 그건 그냥 치킨게임이 돼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때는 차별화 전략을 썼다. 먼저 무색소의 전성분을 공개한 정직한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 이것은 레시피에 대한 자신감으로 배합 비율이 핵심이지 전성분을 공개한다고 해서 영업 기밀이 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공식품의 전성분 표시는 식품위생법상의 의무사항이고 지키지 않을 경우 이것은 위법행위이다. 경쟁 업체는 전성분 표기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다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공지했다. 그리고 국내 같은 분야의 제조 업체중 몇 안 되는 HACCP 인증업체라는 것 역시 경쟁자와 비교되는 부분이었기에 열심히 강조했다. 또 냉장식품인 우리 제품과 달리 냉동으로 유통하는 경쟁자의 제품은 주로 야외에서 활동하는 플리마켓에서 판매하는 것 역시 위법 행위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신고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신고할 수 있음을 경쟁자가 알게 했다.


이후 나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벤트와 이슈거리를 만들며 그냥 빨리 사라져 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 경쟁자에게는 이 일이 생업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때가 마침 오픈 3주년의 시점이었고, 나는 '3년 전 그 가격'이라는 타이틀을 걸어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맛있고 간편하면서도 깨끗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굳혔고 가격이 저렴하기까지 하니 매력적일 것이라 예상했다. 거기에 가격을 인하한 것이니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인식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3년 전 그 가격'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마켓에 나갔고,  커뮤니티에 SNS에 열심히 홍보를 했다. 그때 당시 최고의 매출을 찍으며 경쟁자에게 타격을 입히기를 바랐다.




이 업체와의 경쟁은 사실 아직 진행 중이다. 처음 경쟁자가 등장했을 당시 고객들은 두 상품을 (사실 시장 자체에는 수도 없이 많은 동일 경쟁상품이 있지만 작은 이 커뮤니티 안에서는) 비교했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탈도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입맛이 다르고 각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도 다르다. 하지만 나는 나의 고객들이 호기심으로 초기 이탈은 하겠지만 분명 돌아오리라는 확신을 갖고 내 소신과 계획대로 끌고 나갔다. 그리고 지금 나는 객관적으로 이 경쟁구도를 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이 일을 시작하고 가장 처음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는 (위 사례는 두 번째)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버티기를 하며 홍보에 돈을 쏟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아서 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두 번째에도 똑같이 했다면(멘붕이 와서) 지금 나는 이일을 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사업을 하면서 고민이 생기면 기회가 닿은 대로 앓는 소리를 하고 다녔다. 알아주는 이도 없었고, 해결의 실마리를 주는 사람도 없었다. 너무 답답했고, 전략을 세워놓고도 이게 맞는지 아닌지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지금 돌아보면 그래도 열심히 했고 성과도 어느 정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이에 대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너무 든든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경험해서 내 실력을 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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