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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26. 2020

'할 일'을 위해 '고용'되는 상품




나의 고객들은 왜 나의 상품을 구매할까? 오래전 읽은 책 '일의 언어'에는 '할 일 이론'이라는 이론이 나온다. 모든 상품에는 '할 일'이 있고, 고객은 이 할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품을 '고용'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조사를 했는데 오전 9시 이전에 가장 많은 양의 판매가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대의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고용한 이유를 조사했더니 지루한 출근길에 운전 중 먹을 든든한 무언가를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밀크셰이크의 할 일은 '잠을 깨워주고 출근길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고, 경쟁상대는 바나나, 베이글, 스무디, 커피 등이 될 수 있다. 밀크셰이크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서는 길고 지루한 출근길 내내 먹을 수 있도록 밀크셰이크를 좀 더 걸쭉하게 만들거나 과일이나 초콜릿 조각을 넣어 빨대를 빨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약간의 놀라움 요소를 가미해 지루함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고객이어도 구매 시간 대가 달라진다면 이 밀크셰이크의 할 일은 다시 달라진다. 예를 들면 주말 오후 아빠가 아이와 단둘이서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 아빠가 주문을 할 때 아이가 밀크셰이크를 시켜도 되는지 묻는 상황이라면 아빠는 한주 내내 아이에게 '안돼'라는 말을 하다가(장난감 더 사면 안돼, 늦게 자면 안 돼, 장난치면 안 돼) 너그럽고 자상한 아빠로 '그래'라고 말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왜냐하면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안돼"라고 하는 엄마가 없으니까.) 이때의 밀크셰이크의 경쟁상대는 바나나, 베이글, 커피가 아니다. 캐치볼이나 장난감 가게 들르기, 농구공 던지기와 경쟁하게 되고 이때의 밀크셰이크의 '할 일'은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고 자상한 아빠가 되기 위한 역할을 위해 '고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밀크셰이크를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재빨리 먹게 함으로써 아빠의 죄의식(엄마 몰래 사준)을 덜어주는 방향이 될 수 있다. 


이것을 내 상품에 적용시켜보면 여러 가지 새로운 관점을 찾을 수 있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 한 가지 상품을 정해서 그 상품이 어떤 할 일을 위해 고용되는지 적용해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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