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악인들은 항상 마지막에 벌을 받았다. 사필귀정. 권선징악. 그것은 어릴 적부터 뇌리에 새겨진 세상의 규칙 중 하나였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숨기며 살지라도 언젠가 단죄받는 순간이 온다는 간단하고도 자명한 진리.
나이를 먹으며 동화 속 이야기들이 떠오를 때마다 몇 가지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사필귀정은 타노스의 말처럼 Inevitable(필연적)인 것일까라는 생각. 그리고 죄와 단죄란 무엇일까라는 생각.
동화 속 악인들이 천벌처럼 내린 번개를 맞는 장면을 보며 통쾌해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살면서 마주한 현실은 동화처럼 단순하지 않았고, 인간이란 그렇게 평면적인 존재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평생 떵떵거리며 단 한 번의 사과 없이 천수를 누리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학살자 한 명을 떠올려 본다. 사필귀정. 권성징악. 단죄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