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유튜버에 대한 소고
백수로 있다 보니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는 일이 꽤 있는 편. 그럴 때마다 참고하는 유튜브가 몇 개 있다. 백종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 승우아빠, 요리보고 조리보고, 육식맨, 식당썰전 등등.
최근 문제가 불거진 채널은 조미료가 포함된 레시피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다른 유튜버나 요리 프로그램들과 달리 MSG를 거침없이 사용했던 탓에 특히, 나처럼 집에 재료가 적거나, 식당에서 파는 맛을 구현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채널이었다.
그리하여 그 유튜버는 '흑종원'으로 등극했다. '백종원'의 '백'과 확연히 대비되는 '흑'. 본인의 레시피마다 미원이나 다시다 등 당당히 다양한 조미료를 넣었던 그는 그야말로 어둠의 요리사였다.
그랬던 그에게 각종 커뮤니티에서 몇 가지 의혹들이 제기됐다. 이름하여 '흑종원 일베 의혹'이었는데, 일베에 흑종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들이 보인다는 것.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자신을 일베 유저로 몰아가는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지금은 자신이 일베 유저임을 인정하고 해명 영상을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해명 영상이다. 일베 활동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자신에게 가혹한 비난의 화살이 몰린다는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
자신은 일베가 유머사이트인 줄 알았고, 그곳에서도 몇 개의 채널에서만 활동했으며,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갔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요리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알아주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 요리를 향한 자신의 노력과 취지들을 봐달라는 것.
해명 영상에는 현재 가지각색의 댓글들이 달리는 중이고, 구독자는 일베 의혹 이후 10만명 가까이 빠졌다.
친구와 예전에 비슷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떤 유명인이 특정 사이트를 한다는 것으로 그를 매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 논점이었던 것 같다.
내 심정적인 결론은 쉬웠는데, 논리적인 주장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연스레 일베가 왜 다른 커뮤니티보다 '옳지 못한' 취급을 받는지 토론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 쉽지 않았다.
심지어 일베를 하는 게 잘못이라고 모두가 인정한다 할지라도 어디까지 그들을 매도해야 하는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분명 흑종원 말마따나 일베를 했을 뿐,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강도나 폭행, 성범죄를 한 것도 아니니까.
당시 친구와의 이야기 끝에 내린 내 결론은 어쩌면 뻔했다. 일베를 바라보는 시선도, 일베유저를 대하는 태도도 각자의 몫이라는 것. 그리고 범죄와 도덕관념의 문제는 분명 같으면서도 다른 것 같다는 덧붙임도 함께.
그의 맛있고 가성비 좋은 레시피들은 아깝지만 '구독 취소'를 눌렀다.
'흑종원님 구독을 취소합니다. 살인이나 강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니까 구독취소 정도는 괜찮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