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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Jun 04. 2021

어른에 대해서

손 들고 횡단보도 건너기

 어른이 되었어도 세상은 여전히 위험하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알고 보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게다가 어른하면 뭔가 스스로 척척 다 잘 해낼 것이라는 선입견도 한 몫한다. 사실 도움과 주의가 더욱 필요한 게 어른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이가 건너면 모르는 어른들도 그 아이를 지켜주려고 한다. 물론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손을 들고 올망졸망 걷는 아이의 모습에 한 번쯤 시선이 간 적이 있다면 조금 이해가 될 것이다. 아이에게 도로를 건너는 것은 실제로 큰 도전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었다고 횡단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횡단보도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횡단해야 한다. 어쩌면 매 순간이 큰 도전이다. 사실 몸만 컸지 아이랑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어른이라는 이유로 언제부턴가 횡단 앞에 드는 두려움을 부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치부해버렸다. 몸뚱이는 커졌어도 나를 보지 못하고 달려드는 자동차가 분명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두려운 건 당연한 건데. 두려울 때면 아이처럼 손을 들 수도 있는 건데.


 그래서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손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보기로 했다. 아 물론 혼자 하면 시선이 너무 감당 안 될 것 같아서 함께할 친구 몇 명을 불렀다. 와준 친구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우리는 어린이 대공원 앞에서 만나 횡단보도를 건너보기로 했다. 주최자인 내가 먼저 작은 횡단보도를 손 들고 건넜다. 정말 오랜만에 아이처럼 손을 들고 건너려니 부끄럽기도 하면서 또 동시에 재미있기도 했다. 부끄러웠던 이유는 다 큰 어른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고 생각할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조심하면 좋은 것 아니겠나. 나라고 교통사고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니까.


 이어서 친구들이 순서대로 큰 횡단보도를 건넜다. 막상 하려니 다들 부끄럽다고 하면서 나름 당당하게 손을 들고 횡단했다. 물론 중간에 고개를 떨구긴 했지만 말이다. 다들 손을 들지 않는 상황에 다른 행동을 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았다. 길을 걸으면서 느낀 건, 우선 겨우 손 하나 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 그럼에도 언제나 손을 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길을 횡단하는 어른 속의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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