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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Oct 15. 2019

아빠의 카메라

필름카메라의 매력. Roll #1.

한 1년 전
집 정리를 하다 90년 대에 아빠가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 2개를 찾았다. 그 중 하나는 상태가 꽤 심각해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 같아 상대적으로 수리비가 낮았던 펜탁스 카메라를 먼저 고쳤고, 그걸 두 달 정도 들고 다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필름카메라를 접했다.

세운상가로 달려가 장인에 가까 경력과 경험을 가졌다는 한 유명한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카메라를 받아 들고 쓰윽 한번 보시더니, 지금 이 수리에 필요한 장치(?) 하나가 마침 없다, 다음에 다시 오겠느냐, 아님 맞은편에 있는 수리 가게에라도 가보겠느냐 물어보셔서 나는 후자를 택했다.

총 수리비는 가볍게 3만 원, 그리고 사용 방법까지 같이 배워왔다.

렇게 동안 잘 쓰고 즐겼
아무래도 돈이 많지 않은 이직 준비생에겐 필름 값과 인화 값이 갈수록 만만치 않게 느껴졌고 결국 필름 카메라의 표면만 좀 손에 문질러본 채 익혀보는 단계에서 연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아쉬운 기억이다.

아빠는 카메라를 수집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딸은 카메라를 좋아한다.

어릴 때 늘 집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그저 당연하게만 보였던 필름들이, 토이 카메라를 지나 성인이 되어 진짜 사진찍기를 즐기게 된 나에게는 어느새 사진과 관련하여 억하기 좋은, 멋진 추억 장치들이 되버렸,

그동안에는 공부해야 한다는 나름의 엄격한 룰이 있어 취미 생활을 멀리했

이직에 성공한 지금은
좋아하는 것들을 굳이 멀리해야 할 다른 이유 찾을 수가 없어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고 사진 연습 중에 있다. 휴대폰 필름 애플리케이션도 이것저것 조물조물 조작해보기도 하면서.


당장 어떤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으로서 사진 전문 작가를 꿈꾸기에는 배움으로 채워야 할 것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지라, 그냥 지금은 이 취미를 닦아 특기로서 살려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만이 반짝 뿐이다.

행복하고 싶다.

그 수단으로 쥐고 있는 건, 카메라 하나.

순간의 감상을 글로 옮길 수 있을 때 감사하고, 사진을 찍을 때 희열을 느낀다. 이 간단한 사실을 깨달은  불과 얼마 전의 이야기. 잠시나마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월 따라 겁이 많아진 나는 가장 좋아하는 것의 단점들마저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그릇이 더이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 결국은 두 번째 꿈을 직업으로 선택게 되었다.

사람 인생이라는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

"이건 어떻게 작동시키는 거예요?"

필름 카메라를 들고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딸이 당신의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셨는지 근래 뵌 모습 중 가장 많은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사실 어떠어떠한 것들을 가르쳐주셨는지는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필름과 카메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들, 그리고 그것에 얽힌 기억들을 들려주시던 그 모습만이 인상에 남아 선명하게 기억에 각인되.

나는 나의 아빠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30년 전 당신의 세상을 바라보던 그 렌즈를 통해 이제는 그의 딸이 자기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있다.

고 싶은 게 많다.

카메라의 종류, 색감과 필름의 차이는 무엇이며
아빠는 이 작은 렌즈로 어떤 색감의 세상을 눈에 담으셨 포착의 순간에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등등. 


음, 그러고 보니 내가 궁극적으로 알아가고 싶은 건 필름카메라 그 자체보다는 그시절 아빠의 일부인지도 모겠다.



이제 이 취미 생활을 깊게 파고듦으로써 일상생활의 힘듦도 극복해나가볼 생각이다.  말장난 같기는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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