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어김없이 새벽 3시 50분에 기상했다. 매주 일요일은 새벽에 일어나 충남 부여에 있는 절로 향한다. 눈을 뜨자마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시골 날씨에 대비해 내복과 옷을 겹겹이 든든하게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매주 함께 가는 도반의 집에 들렀다가 서해안고속도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어제는 고속도로 집입하기 전 터널에 경찰차가 여러 대 서 있었다. 지나가면서 보니 웬 승용차 한 대가 완전 박살 나 있었다. 운전석 쪽 그대로 벽에 엄청 세게 박은 것처럼 대각선으로 눌리고 찌그러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박아야 차가 저렇게 망가질 수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고 난 차량을 보자마자 나는 눈을 가렸고, 운전 중이던 짝꿍은 ‘관세음보살’을 외쳤다.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살 수가 없는 상태였다. 119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 보니 사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다행인 건 새벽이어서 해당 차량이 사고를 낼 때 주변에 다른 차는 없었던 모양이다. 가까이에 한 대라도 있었다면 애꿎은 다른 차량과 사람까지 다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도시와 달리 시골에 오고 갈 때면 더욱 많은 ‘삶과 죽음’들과 마주하게 된다.
달리는 차에 치어 죽어 있는 ‘고라니와 고양이 다양한 동물들’
비 오는 날이면 너무 신나 차도로 뛰어드는 ‘개구리들’
먹이를 찾아 사람들의 논과 밭으로 내려오는 ‘고라니’
돌틈 사이에 작은 구멍하나 뚫어 놓고 사는 ‘뱀’
죽은 말벌을 끌고 가는 ‘개미’
건물 출입구에 매일 큰 똥을 싸 놓고 가는 ‘두꺼비’
난로 연통에 잘못 들어가 살려줬지만 결국 죽어버린 ‘아기새’
이런 여러 가지 죽음과 삶 앞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생각하게 된다.
터키의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평화가 순식간에 깨어지는 상황을 보며 마냥 ‘남의 일’처럼 여길 수는 없다. 언제든 내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내가 가장 후회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돈을 더 벌지 못한 것,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것,
책 한 권 출간하지 못한 것,
가족들에게 더 잘하지 못한 것,
죽음을 앞두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후회할 일은 무엇인가.
내면 깊이 정말로 후회할 일.
그것이 바로 살아있을 내 삶의 등대의 등불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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