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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하는 마케터 May 17. 2024

욕구에 응답하라

유튜브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타깃으로 하는 이들이 가지는 '욕구'였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유튜브 썸네일을 어떤 욕구나 기대감을 가지고 클릭할까? 그리고 그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 것인가?


이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 지금까지 내 인생이 하나하나 다 스쳐 지나갔다. 보험 영업을 할 때 사람들에게 보험을 권했던 순간, 명상요가가 좋아서 명상요가를 추천했던 순간, 그리고 수없이 많은 '오지랖을 떨었던' 장면들 말이다.


이번에 막내 동생 가족이 한국에 왔을 때도 그랬다.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에 나는 '명상태교가 너무 좋기 때문'에 한국말을 못 하는 올케와 동생 내외에게 '임산부 명상요가'를 권했다. 집에서 토하고 어지럼증이 있을 때 눕혀서 명상요가 1대 1 지도를 잠깐씩 몇 번 해주었다. 10-20분 정도 해 준 뒤에 괜찮냐고 물어보면 늘 괜찮다고 대답해서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첫째 조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임산부 명상요가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내가 돈을 내서라도 듣게 해 주고 싶었지만, 본인들이 돈을 내서 듣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짝꿍의 조언에 소개만 해 주고 결정은 본인들이 직접 하게 했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당시에 경제 상황이 많이 안 좋았다고 한다. 그때 내가 돈을 내서라도 수업을 듣게 해 줄 걸 그랬다고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둘째의 태교와 산모인 올케의 임신기 컨디션이 예정일에 가까워질수록 가벼운 상태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임산부 명상요가를 꼭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회비를 내가 선물로 내주겠다고 했다. 일단 수업을 한 번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규 수업을 오프라인에서 들었다. 명상이기 때문에 그냥 동작을 따라 하는 것보다 동작을 할 때 멘트를 잘 듣고 따라 하는 것이 사실 더 중요했다. 내가 옆에서 통역을 해주려고 했으나 많은 지도의 말을 통역하기에 내 영어 실력은 턱 없이 부족했다.


이후 임산부 명상요가를 해 보겠냐고 물었을 때 언어적인 문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기 애매한 시간대라는 두 가지 이유로 고맙지만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또다시 며칠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한 번 더 물었다.


"수업을 듣고 싶은데 이 두 가지가 문제라면, 수업 영상을 촬영해서 녹화본을 올려주거나, 영어 공부하는 셈 치고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 줄게. 부담 갖지 말고 대답해 줘."


라고 말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말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명상이어서 차분하게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언어를 이해하고 있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명상 수업이 아닌 언어 수업 같다. 아무래도 수업은 안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라고 말이다. 이제야 나는 그제야 '수업을 듣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비워버릴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면서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강요'에 가까웠다. 남동생이 온 뒤로 엄마, 나, 여동생과 남동생 넷이서 온전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그때 서로에게 아쉬웠던 점, 불편했던 점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중에 나온 게 바로 '명상요가'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여동생은 내게 말했다.


"언니가 내게 명상요가를 하라고 했을 때, 나는 이미 미국에서 다른 요가를 하고 있었어. 그때 내가 언니에게 물었지. 다른 요가를 해 본 적이 있냐고. 언니는 없다고 얘기했고, 다른 요가를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언니가 하는 요가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냐고 말이야. 그리고 한국에 와서 엄마가 명상요가를 한 뒤에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 인터뷰를 한 글을 읽었는데, 마치 종교에서 간증을 하는 느낌이었어."


'아… 그렇게 느꼈구나.'


몇 번 들은 얘기였지만, 다시 들어도 충격이었다. 하지만 충격의 강도는 처음만큼 크지는 않았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했고, 앞으로 가족들에게 명상요가에 대해 얘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여동생은 남동생과 올케에게 서울 시내에 있는 5성급 호텔을 예약해 주었다. 1년 이상 남동생 없이 혼자 육아를 한 올케와 남동생에게 자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조카는 우리가 보고 두 사람은 여행을 갔다. 



'고모들과 할머니가 아기를 재울 수 있을까? 많이 울면 어떻게 하지.'


올케와 동생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조카는 엄마 아빠를 찾지 않고 잘 놀았다. 다음 날 새벽 조카가 자고 있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호텔 조식을 먹고 일찍 오려던 동생에게 일어나서도 잘 놀고 있으니 천천히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둘 만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조카와 동생 부부가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조카를 봐주고 자유 시간을 준 것을 정말 고마워했다.


그때 다시 한번 크게 깨달았다.


'아,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하는구나.'


짝꿍이 이번에 올케에게 스치듯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자기밖에 몰라. 이 씨 패밀리 다 똑같아"


다른 엄마들에 비해 자기중심적인 엄마 밑에서 자란 우리들은 모두 그런 성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특히 엄마와 남동생 그리고 나는 그런 성향이 강한 편이다. 오히려 여동생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잘 배려할 줄 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제안하는 편이다.


반대로 나는 '내가 좋은 것, 내가 만족스러웠던 것'을 남에게 강요라고 느낄 정도로 끈질기게 권하는 편이다. 내가 이걸 권했을 때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사업을 하면서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상세페이지란 내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궁금해하는 것, 보고 싶은 것,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이 제품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세페이지를 기획하면서 이 제품을 구매하려는 잠재 고객들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고 기획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상세페이지를 베끼면서 짜깁기 하기 바빴다. 최소한 베끼는 상세페이지 내용은 무엇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걸까? 한 번쯤을 생각해 볼만도 한데 그런 식으로 사고해 본 적이 없다.


이번 6주간 남동생 가족의 여행을 통해 뼛속 깊이 이기적이고 나 밖에 모르는 나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올케와 관련한 상황을 스님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스님이 내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나를 조복(굴복) 시켜야 한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서운하거나 문제가 생길 때면 늘 상대방을 탓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엄마와의 관계였다. 이번에 가족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한 뒤 명상요가에 관련해서도 '가족들에게 강요했던 나'를 돌아보기보다 '명상요가를 통해 좋아졌으나 그걸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요가센터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족들이게 심어주고 있는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먼저 생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바로 '나'와 '나라는 생각', '내가 가진 생각'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 뿌리 깊은 생각을 자각하지 못하면, 평생 남 탓만 하다 이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뜩했다. 다행인 건 이번에 나도 모르게 깊이 심겨 있던 그 뿌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는 것이다. 1년 6개월 뒤, 두 번째 조카가 태어나면 남동생 가족이 다시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로 했다. 그때는 나머지 가족들의 욕구와 욕망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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