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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클베리 Sep 12. 2023

프롤로그

- '관심'에 들어가며

매거진에 뭔 거창하게 프롤로그까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글을 쓰고 내 이야기를 풀어놔보고 싶어 가끔 글을 남기면서도, 뭔가 풀리지 않는 게 오히려 글 쓰는 걸 방해했다. 그렇게 매일 한 문장은 남기고 싶었던 오래된 마음이 아직도 그러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만 있는 게 안타깝다 못해 지겹게 느껴졌다. 


왜, 뭐가 그렇게 힘든 건데. 스스로가 참 못 마땅했다. 작년, 그동안 직업인으로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내용을 담은 책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글 한 줄 쓰는 게 망설여지진 않았는데..


목과 어깨, 허리가 불편해 수 일을 잠 못 이루다가 오늘 새벽, 바닥에 누워 누구도 모르는 혼자만의 장애물을 치워버리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했다. 


2023년 9월 1일이다.


아마 이 글도 쓰다가 끝을 못 맺은 채 저장해 둘 공산이 크다는 걸 잘 안다. 뭔가의 끝을 보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끈기와 열정을 부여잡기 힘들 정도로 요즘 정신적으로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난 사진을 좋아한다. 사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뭐 그리 있을까 싶어 사진을 좋아한다는 말도 뭐 굳이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난 사진을 좋아한다. 동영상도 좋아하지만 동영상을 찍기보단 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사진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냥 아마추어다. 무언갈 좋아하는 사람이란 순수한 뜻 그대로의 아마추어.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중에서도 사진을 만지작거리는 거다. 모니터나 스마트폰 액정에 예전 찍었던 사진을 한 장 띄워놓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사진과 이야기하듯 그렇게 만지작거리다가는 탐색기를 닫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공모전이라도 내려고 비싸고 화질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도 아니다. 그때 그 순간 지니고 있던 카메라들로 마음이 동해 찍었던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10년 전 지금에 비해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도 훨씬 별로였던 아이폰4s로 찍은 사진들이나..


하여간 지금도 가끔 들여다보며 만지작거리는 걸 보면 난 그냥 그 사진 자체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두는 건 '관심' 때문이다. 이건 앞으로 닥칠 일들은 뒷전에 두고 과거를 뒤적거리느라 허송세월을 낭비하고 있는 한 개인의 하튼 짓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중요한 행위다. 세상에 관심을 갖는 아이처럼 그저 순수하게 하는. 오히려 이곳에 사진을 올리고 사진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그러는 것이 뭔가 목적 있어 그러는 것처럼 느껴질지언정.


어릴 적, 인터넷이란 건 생각도 못했던 아날로그 시절 커다란 사진첩에 우리 삼 남매와 당신들의 사진들을 꼽아 두고 때때로 들여다보시던 부모님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다만, 먹고살기에도 빠듯하고 넉넉지 못한 시절이다 보니 풍경이나 주변을 찍는데 필름을 써버리긴 아까웠을 거다. 그래서 전부 순광에 카메라를 쳐다보는 우리들 사진만 잔뜩한 거였을 거다. 


요즘은 이미지가 넘쳐나다 못해 AI로 무한 복제, 생성되고 있는 환경이다. 사진이든 일러스트든 원하는 대로 만들고 조작가능하다. 그냥 그 자체로 데이터다. 그런 면에서 변별력 없는 내 사진들로 넘쳐나는 웹페이지를 더하는 게 괜히 미안한 생각도 든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사진이미지와 영상들이 넘쳐나는 시대, 저장매체도 진화를 거듭하게 생겼으니 이러다 오래된 외장하드에 계속 두었다간 나중에 연결 포트조차 사라져 어댑터를 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압박 때문에 오래갈?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뭐 대단한 사진도 아니지만 그런 사진들을, 홀로일 때부터 두 딸을 둔 십 년 차 아빠가 된 지금도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중에 누군가는 꼭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되었다.


'그리 훌륭하거나 멋진 사람은 아니지만 네가 아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어. 이런 걸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란다.' 라며.


나에게 사진은 관심의 표현이다.

세상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 가족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나에 대한 관심


그 관심들이 한 장, 한 장 쌓여 브런치북으로 엮어볼 만하게 되면 언젠가는 조그만 시집처럼 소중한 마음을 담은 책 한 권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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