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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벡스 Aug 03. 2020

따뜻한 기억의 스킨십

사랑의 언어


엄마~ 간지러워~ ㅎㅎ 그만 만져~

오랜만에 다 큰 딸아이와 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잠을 자다가 오랜만에 한 이불을 덮으니 이상하게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건 왜일까? 머리 쓰담, 엉덩이 팡팡 거리다 딸아이의 몸이 예전과 다르게 살이 많이 빠졌다는 걸 느꼈다. 취업준비로 열심히 자격증 공부를 하더니 표현은 안 하지만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한 이불을 덮는 순간 아이가 사랑스럽고 안쓰럽고 애틋해졌다. 시각적으로 느끼는 언어와 체온으로 느끼는 언어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스킨십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 육아 과정에서 어버이와 자식 사이, 또는 유아의 보육이나 저학년의 교육에서 교사와 어린이 사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라고 되어 있다. 태어난 지 1~2년간의 스킨십이 아이의 정서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주는 기간이라고 한다. 엄마와의 피부 접촉으로  유아 및 아동의 두뇌 발달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엄마와 자녀 사이의 스킨십을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보여준 실험 결과가 있다. 아기 원숭이는 우유를 준 사람보다 따뜻한 직물을 덮고 있어 마치 엄마 털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좀 더 붙어있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음식보다 스킨십이 친밀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살갗이 닿는 경험이 적은 아이는 정신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같은 연구에서는 피부 접촉을 자주 시도하는 엄마를 둔 아이가 사회성 향상에 깊은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스킨십은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 친밀감을 만들어 주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스킨십의 행위는 사람, 동물 가리지 않고 관계의 친밀감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나 친척들과 손을 잡아주고 가볍게 안아주는 행위만으로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경험해 봐서 알 것이다. 얼굴로 가볍게 인사하는 것과 가볍게 안아주는 행위는 친밀감의 정도가 다르다.


얼마 전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박수홍과 김경식 편이 방송된 적이 있었다.  이동우의 마지막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 2010년 망막색소 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었던 이동우에게 박수홍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냐고 묻자 이동우는 "병을 알고 나서는 아침에 눈만 뜨면 술을 마셨고 맨 정신으로는 호흡도 안 됐고 잠도 잘 수 없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동우는 "날 살린 건 가족이다. 술병이 쌓여 있는데 가족들 누구도 나를 다그치거나 응원하지 않았다. 묵묵히 지켜봐 줬다"라고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전했다. 이동우의 딸 지우도 이날 방송에 출연했는데 지우는 집에 오자마자 아빠를 꼭 껴안고 뽀뽀를 하는 등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나눴다. 지우가 아빠를 옆에서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지우는 아빠의 라디오 마지막 방송에 대해 "아빠가 직업을 잃는 것도 아니지 않냐"라고 의젓하게 말하기도 하고 버킷리스트로 “아빠와 유럽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동우 역시 버킷리스트로 "눈을 뜨고 운전해서 가족과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더 뭉클했다. 지우가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나는 아빠에게 스킨십을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가볍게 손을 잡아드린 것 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 당뇨병으로 한쪽 시력을 잃으셨을 때도 한 번 찐하게 안아드리지 못했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넘어지시기도 하고 자주 다치시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안부를 물어보면 괜찮다고 하시는데 엄마, 아빠의 괜찮아는 정말 괜찮은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너무 죄송한 마음인데 아빠는 여전히 내 걱정을 하신다. “비가 많이 온다는데 괜찮니?”, “기찻길이 막혔다는데 괜찮은 거야? 안부를 물어보신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접촉을 피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예방수칙 잘 지키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눠보자. 얄미운 코로나~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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