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도 날 보면 우리 딸 착하다고 하고, 언니나 동생 여러 동료도 나에게 착실하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기적이고 못됐고 똑바로 못한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만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고 싫어하는 것은 못 본 척, 모른 척 지나갔다.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싶지가 않았다. 힘든 마음을 내 비칠 때면 스스로 방어를 한다.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야. 나에게 힘든 얘기 하지 마"라고 말이다. 이미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고 이기적인 친구를 욕하면서도 정작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나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상대의 힘든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전달되기에 힘들어 꺼려했었다. 상담하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의 힘든 감정들을 다 받아들이고 조언해주는 것일까? 그들의 감정들로 삶에 어떠한 영향도 없는 것일까? 나는 한두 번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거운데 말이다.
나는 인정하긴 싫지만 찌질함과 이기적인 마음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나의 내면의 그림자가 보기 싫기에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상대가 싫으면서도 좋은 척, 좋으면서도 싫은 척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싫어지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을 때면 상대가 싫든 좋든 심한 말,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곤 한다. 그로 인해 싸움이 날지라도 싫은 감정을 감추지 않고 아픈 말을 내뱉어 버리고는 '조금만 참을걸' 후회를 하면서도 내가 뱉는 말에 후련함을 느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도 나이고, 내가 싫어하는 나도 '나 자신'이다.나의 진짜 못난 모습을 바로 바라보고 인정해야만 건강한 내면을 키우고 최소한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가 완벽하지 않아서 싫어하지 않는다. 완벽한 척하는 그 오만함에 질리는 것이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