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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와 Oct 02. 2024

여행이 별로 도움이 안 되고 독이더라고요

최근 지인으로부터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 이혼. 더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겐 오래 쌓인 고통이고 누군가에겐 한 순간의 날벼락일 것이다. (경험하지 않아 확언을 못 하겠다)

그래서 위로가 될 것 같아 다음과 같이 말을 건넸다.

“여행을 좀 다녀오시면 어떠세요?”

“여행이 별로 도움이 안 되고 독이더라고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한 게 상대에겐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 '여행은 힐링이다', ‘여행은 좋은거다’와 같은 말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은가? ‘여행’은 부정적인 단어보다 긍정적인 단어와 더 많이 붙어 다니는 것 같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져'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하면 돼'...

이런 말들이 누군가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적어도 내겐)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완벽하게 공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각자의 지식, 경험, 감정으로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체념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이렇게 노력해 볼 수 있다.

먼저 판단을 유보하고 경청하자.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고(‘들어주고’가 아닌), 그 사람의 감정에 최대한 집중해보자. 그리고 "그렇군요", "많이 힘드셨겠어요"와 같은 짧은 말로 공감을 표현할 수 있다.

둘째, 자신의 경험을 무리하게 대입하지 말자. "나도 그런 적 있어"라는 말 대신 "그런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돼요"라고 말해보자.

셋째,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내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어보면 그 사람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걸 알 수도 있다. 근데 경험 상 그 상황,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듣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저 함께 있자. 때로는 말없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완벽한 공감이 아니라 진심 어린 노력이다. 그 노력이 조금씩 모이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여행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오늘, 나는 그동안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가볍게 말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p.s.

술 사줄테니 나오라고 해야겠다.



https://brunch.co.kr/@jakkawa/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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