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한 달 거주기 #1
퇴사 후 목표는 자칫하면 비대해지기 쉽다.
'지금 그 안정적인 회사를 버리고 떠나는 너에게 다른 대단한 비전이 있는 거겠지?'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섞어서 묻고, 무엇보다 내 안의 내가 기대한다.
오늘은 내가 울릉도에 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뿐인 곳에서, 매일의 바다를 본다. 매일의 바다의 색과 하늘의 색이 만드는 무드는 시시각각 달라서, 질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의 울릉도행은 대단한 목적이 있는 것일까? 아니, 그냥 살아보고 싶어서 왔다. 그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
내가 회사에서 나와 자유인이 된 이유도 거창하지 않지만, 소중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 하지 않고, 하고 싶었던 일 해보기. 40대가 되기 전에 후회 없이 살아보기.
퇴사 후 목표에 지나치게 감상적인 이유를 붙이면 위험하다. 행복이니, 자아실현이니,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막연한 것을 기대하게 되면 그 목표는 필패하게 되고, 곧바로 회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자연인이 된 나는, 정시에 잠이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며, 소소하게 요리를 해 먹는다. 자주 산책하고, 자주 책을 읽으며, 이따금씩 생각을 글로 써본다. 나 스스로도 이런 일상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져, 치열하게 회사만 다녔던 날들이 벌써 아득한 옛일 같다. 내일도 내 천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일상을 꾸려가야지, 딱 그 정도의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