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한 달 거주기 #3
울릉도에 온 후 매일매일 바다를 본다. 새벽 바다, 아침 바다, 한낮의 바다, 해지는 바다, 밤의 바다. 매일매일 봐도 그날의 날씨에 따라, 또 바람, 구름에 따라 바다의 표정은 같은 날이 없어 질리지 않는다.
물은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고 한다. 허나 호수나 강을 혼자 오랫동안 보고 있을 때와 달리 바다는 우울한 감정보다는 충만한 감정을 주는 것 같다.
너무나 큰 볼륨으로 시각을 가득 채우기 때문일까? 너무나도 크고 깊고 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져 하늘과 닿고 마는 바다를 보면, 내가 지금 무슨 상념에 붙잡혀 있던지 그것은 자연 아래에서 결국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일시적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하염없이 계속 보고 있다 보면, 잡다한 고민들은 어느새 휘발되고 고요한 나와 바다만 남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캠핑의자를 둘러메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을 찾는다. 내가 울릉도에 살며 가장 호화롭게 누리는 것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힘이 닿는 한 많이 혼자서 바다를 봐야지. 계속 보다 보면, 십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절여져 있던 내 머릿속의 쓰고 짠내가 가실까?
어느새 해가 다 졌다. 춥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