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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제이 Jul 15. 2022

유네스코 루트 - 인도 1편

꾸뜹 미나르 유적지구

Qutb Minar and its Monuments (유네스코 문화유산 #233)

델리의 남쪽에 위치한 이 문화유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를 지배한 왕조들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약간 필요하다.


파키스탄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인더스강 문명으로 시작된 인도 문명은 기원전 322년 마우리아 제국의 창건자 찬드라 굽타에 의해 일부 지역 (남부 타밀 지역)만을 제외하고 인도 대륙이 거의 통일되었지만, 이후 힌두교와 민간 종교를 바탕으로 한 여러 개의 군소국가로 쪼개져서 약 1,500년간 하나의 나라로 통치되지 않았다.


이후, 다시 델리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나라로 발전하게 된 것은 12세기말 아프가니스탄에서 내려온 술탄 국가(Sultan), 이슬람 세력에 의해서 였다.


첫번째 델리 술탄국가였던 노예 왕조의 시조인 꾸뜹 딘 아이바크(Qutb ud-Din Aibak) 술탄이 1193년 델리를 점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운 탑이 꾸뜹 미나르이였다.


[꾸뜹 미나르 / Qutb Minar]

꾸뜹 미나르는 바닥 직경이 15m, 높이는 73m에 이른다.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인도에 있는 미나르(종교 탑) 중에서 가장 크고, 힌두와 이슬람 양식의 융합이 가장 두드러진 문화유적이다.

꾸뜹 술탄 당대에서는 1층까지 밖에 짓지 못했고, 후대 왕들이 5층 탑을 완성시켰다.

(노예 왕조는 1206년부터 본격적으로 델리와 갠지스강 인근으로 통치를 하게 되고, 1290년까지 85년간 유지됨)


1,2,3층은 붉은 사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4층과 5층은 흰색 대리석과 사암을 같이 사용했다.

4층부터 여러 가지 벽돌을 쓰게 된 것은 번개와 지진으로 여러번 복원 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꾸와뜨울 이슬람 모스크 / Quwwatul-Islam Mosque]

꾸뜹 미나르 탑 옆에 있는 인도 최초의 이슬람 사원이다.

꾸뜹 술탄이 기존의 힌두교 사원을 무너뜨린 후, 그 자리에 지었으며 후대 왕들이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하였다.

현재 축대가 무너지는 등 상당수가 폐허가 되어 버렸지만 기둥에 새겨진 화려한 장식들은 아직 잘 보존되어 있다.


사원 안뜰에는 7m 높이의 철기둥이 있는데, 이 기둥은 기원전 4세기 찬드라 굽타 왕조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2천년이 지나도록 철이 녹슬지 않았는데, 철의 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추측되며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일투트미쉬 묘 / Iltutmish 's Tomb]

노예왕조의 3대 술탄인 일투트미쉬(Shamsuddin Iltutmish )는 '술탄 중의 술탄'이라 불리는 가장 유명한 술탄이다.

1대 술탄인 꾸뜹 이후,  분열될 뻔한 왕조를 계승하여 영토를 보전해낸 군주였다.


동시에 그는 인도의 이슬람 제국이라는 체계를 공고히 하였는데, 종파를 가리지 않고 이슬람 학문을 후원하였다.

신실한 무슬림이었던 일투트미쉬는 많은 시간을 밤중 기도에 할애하였고 발전된 형태의 이슬람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힌두교도에도 관용 정책을 펴서 그들을 무리하게 개종시키려 하거나 샤리아 (이슬람법)를 적용하지 않았다.

종교와 현실 간의 중용을 택한 그는 인도 이슬람 군주의 표본이 되었다.


[알라이 미나르 / Alai Minar]

두번째 델리 술탄국이었던 할지 왕조의 2번째 술탄이었던 알라우딘 할지(Alauddin-Khalji)는

대대적인 남진정책을 감행하여 인디아 반도 전체를 거의 통일시켰다.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꾸뜹 미나르와 같은 형태의 승리의 탑을 높이가 2배인 형태로 반대편이 만들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알라 미나르다.

하지만, 왕조가 30년밖에 유지되지 않았던 터에 탑의 총 높이가 25m에 불과한 미완성작으로 남게 되었다.


[알라우딘 할지 묘 / Alauddin-Khalji's Tomb]

두번째 델리 술탄국에서 가장 뛰어났던 알라우딘 할지의 묘도 이 유적지구에 존재한다. 하지만, 왕조가 오래 가지 못해서인지 무덤은 그리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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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족이었던 꾸뜹 술탄은 페르시아의 노예 출신이었다. 말하자면 '흙수저'다.

하지만, 그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오늘날의 하나된 인도를 만드는 기초를 놓았다.

그래서, 많은 인도인들은 아직도 그의 기념탑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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