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질문을 나만 받는 게 아니라 다행이다
통번역사. 통역하고 번역하는 사람.
어디 가서 내가 통번역사라고 소개하면 공통적으로 듣는 멘트가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이거다. "통번역사요? 통으로 번역해서 통번역사인가요?"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아, 저는 아직 '부분번역사'에요"라고 장난치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자칫 갑분싸 될까 봐 소심하게 "아뇨, 통역하고 번역하고 합니다"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두 번째는 바로 이거다. "통번역사요? 그럼 혹시 넷플 볼 때 자막 없이 보세요?"
최근에 구매한 황석희 번역가님의 <번역: 황석희>의 목차를 펼쳐보던 중에 비슷한 멘트를 발견해서 빵 터져 버렸다. "영어 번역가는 자막 봐요?" 나 또한 황석희 번역가님 같은 분도 영화 볼 때 자막 없이 볼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질문을 업계탑 영화 번역가이신 분도 피해 가시진 못하는구나. 이건 그냥 이 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받는 단골 멘트구나, 싶어 혼자 큭큭댔다. 참고로 책에 따르면 황석희 번역가님도 자막 보신다. 타인이 작업한 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는 자막을 100% 신뢰하겠다는 마음으로 관람을 하신다고... 내 결과물을 볼 때도, 타인의 결과물을 볼 때도 마음이 어지러운 나로서는 참 배우고 싶은 태도다.
나 같은 경우 이 질문에 매번 당황하는 이유는 (1) 애초에 자막을 끈다는 생각조차 안 했고 (오히려 너무 애용중), (2) 넷플 특유의 말소리 작음 이슈로 인해 그냥 자막 없이 보는 게 답답하다. 4인 가족이라 생활 소음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제일 당황스러운 이유는 무엇보다 (3) 나 역시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자막의 자비로운 도움을 받아 콘텐츠를 보는 게 솔직히 제일 편하고 재밌기 때문...ㅎㅎ
그렇지만 아직 내 비루한 실력을 잘 알기에 (ㅋ) 앞으로는 자막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검색해 보니 Learning Languages with Netflix라는 앱이 있다고 한다. 다운로드하면 넷플 콘텐츠의 영-한 자막 텍스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해서 앞으로 조금씩 시도해 볼 예정. 역시 좋은 통번역사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