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5세의 친구 얘기
오늘은 한인 이민 1.5세의 평생 숙제인 친구 얘기를 해보려 한다.
미국 이민 시절, 학생이던 나는 친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진~~~짜 많았다.
미국 가서 사귄 첫 친구는 조안나라는 멕시코계 미국인이었다. 키가 아주 작고 수녀가 꿈이었던. 수줍음이 많지만 노래를 잘하는, 끼 많은 친구였다. 정확히 어떤 계기로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대보자면 그 반에서 나와 성향이 가장 비슷한 친구였던 것 같다. 나처럼 말은 많지 않지만 관종력 넘치던 친구.
조안나와 나는 반에서 조용하기로는 1,2등을 다퉜는데 같이 학교 장기자랑대회 오디션을 보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장기자랑대회인데 오디션을 봐서 통과해야 했다. 똑 떨어졌었다. 잔인한 새럼들) 이민 초기에 영어도 서툴렀지만 조안나 덕분에 같은 멕시코계 미국인인 리아나도 사귀고, 유대인계 미국인 첼시도 사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넷이 붙어있는 광경은 흡사 인종 대통합의 현장 같았을 것 같다. 동양인 한 명, 멕시코계 두 명 그리고 유대인계 한 명이 같이 어울려 다녔으니. (흡사 라일리와 친구들...)
실제로 정말 편견 없이 서로의 문화를 시도 때도 없이 침범하고 다녔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셨는데, 친구들이 너무 매워서 결국 흰밥에 간장만 찍어먹고 간 적도 있다. 할라페뇨도 잘 먹는 애들이 신라면 앞에서는 헥헥거린다. 유대인계 미국인인 첼시도 재밌는 친구였는데, 만 12세가 되던 해에 유대인 성년식인 바르 미츠바(Bar Mitzvah)를 하겠다고 나한테 초대장을 줬다. RSVP (참석할지 말지 여부를 알려주세요)의 뜻이 뭔지 잘 몰라서 그냥 별말 없이 현장에 나타났더니 첼시네 부모님이 매우 당황하셨다. 알고 보니 그날 대형 리무진을 빌려서 이동할 만큼 그 행사는 보통의 생일파티급이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생일파티 하나보다 하고 "그날 시간되면 갈게"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이다. (머쓱타드^^;;;;)
이민 1.5세 동양인인 나, 이민 2세 멕시코계 미국인 조안나, (뼛속까지 미국인이지만) 멕시코계인 리아나와 유대인계인 첼시. 어쨌거나 서로 인종이 다 다르기에 이런 우당탕의 모먼트가 많았지만 별 큰 일은 아니었다. 우당탕거리면서도 그렇게 재밌게 잘 지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었다. 사춘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더 이상의 인종 대통합이 불가능해졌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