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뜻하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아빠 엄마 미안
.......
엄마, 여기에도 아빠의 넓은 등처럼 나를 업어주는 뭉게구름이 있어
여기에도 친구들이 달아준 리본처럼 구름 사이에 햇빛이 따뜻하게 펄럭이고
여기에도 똑같이 주홍빛 해가 저물어
.......
아빠, 내가 애들과 노느라 꿈에 자주 못 가도 슬퍼하지 마
아빠, 새벽 세시에 안 자고 일어나 내 사진 자꾸 보지 마
아빠, 내가 친구들이 더 좋아져도 삐치지 마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서 희생된 유예은 학생의 생일에, 진은영 시인이 대신 전한 말. #오티움 들여놓은 첫 시집입니다.
오늘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10주기 기억식이 열린답니다. 마음이라도 함께 합니다.
서울에서는 시청역 3번 출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오후 4시1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