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다들 비슷하겠지만, 저도 그림책 리뷰어였어요. 전집류는 멀리하는 지적허영의 화신으로서 그림책 하나하나 사들였고, 곧잘 리뷰를 남겼습니다. 애들 어릴 때 얘기입니다.
최근 몇년 논픽션 독서클럽 계속해온 덕분에 남들 보기엔 좀 딱딱한 책들을 잼나게 읽었고, #종로북살롱 #오티움, 그런 책들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죠. 근데 하나씩 둘씩 사들이는게 다시 그림책이어요. 어른을 위로해주는 그런 작품들이 있습니다.
친구 E님 덕분에 들여놓은 #비에도_지지않고 #형제의숲 반응이 좋았어요. 존경하는 J쌤이 오실 때 마다 좋아라 하나씩 챙겨가시더라고요. 다음 방문을 기다리면서 새 그림책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 인연이 닿은 책이 #이상해_안이상해!
오늘도 내 그림만 달랐어.
내 그림은 새까맣기만 해.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나 이상하지.
아니 안 이상해.
나는 깜짝 놀랐어.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어.
나는 정말 이상하거든.
아이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남들과 다른 점을 하나씩 꼽아요. 그런데 친구는 계속 말해요. 아니, 안 이상해. 아니, 안 이상해. 아니, 안 이상해.
부드러운 그림체 책장 넘기다보면 괜히 눈물 핑. 와, 이거 뭐지? 그랬는데요...
어제 제가 <사적인 위로> 코너의 #물고기는_존재하지_않는다 사연을 올렸는데, 이 책이 병풍 마냥 사진에 담겼고..
작가님 남편이 마침 제 포스팅을 보다가, 그 사진에서 부인 책을 발견! 부부가 오티움으로 찾아오셨어요ㅠㅠ @sujung_jang 작가님이 사인본도 가져오셨어요. 그림책 작가님 사인은 원래 이렇게 환상적인가요. 와, 세상에 이런 일이. (사인본 너머 창가에 앉아 계신 분이 작가님 부부ㅎㅎ)
남들과 똑같은 길로 가지 않는 건 사실 용기가 필요해요. 스스로 내게 확신이 없을 때, 괜찮다고, 너 안 이상하다고 해주는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으면, 우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달려갑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정한 친구, 아니, 안 이상해, 계속 얘기해준 친구가 작가님 지금 남편이라고 합니다. 이 러브스토리도 분명 이상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겠죠? 서울대와 맨해튼음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작가님은 다시 미술을 공부하고, 지금은 그림책 작가입니다. 학생들에게 일러스트레이션도 가르치신다고요. 한 우물만 파지 않고 흔들린 시간이 아마 있었을 거 같고요. 하나도 안 이상합니다. 우리 원래 그래요.
#서점언니일기, 오늘은 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