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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18. 2024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5.18과 12.3 차이



12.3 사태 이후 광주를 계속 생각했다. 시민에게 총을 겨눈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일인가? 실탄만 9000발이나 챙겼다고 하지만,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도 주저했다. 이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5.18 광주에서 군인은 어떻게 시민들에게 총을 쏘고, 대검으로 찌르고, 조준사격까지 했나? 어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답을 찾지 못하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주말 내게 답을 준 세 명이 있다.


”그때는 폭력의 시대였잖아. 폭력이 일상적이다보니, 무심했을 수 있어“

V의 해석이다. 군기를 잡는다거나, 훈육을 이유로 상사에게, 선배에게, 교사에게, 부모에게 두들겨 맞는 일이 드물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 군인들도 훈련인지 고문인지 폭력에 시달려왔을 가능성이 높고, 명령 불이행시 오히려 죽도록 당할 가능성이 높았겠지. 야만의 시절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그 시대로부터 꽤 멀리 왔다. 지금은 누구를 패도 괜찮지 않다. 최소한 양지에서는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겠지. 공산당, 빨갱이 폭도는 그렇게 죽여도 된다고.“

L의 말이다. 누군가를 재판 없이 죽여도 된다는 의식이 분명 깔려 있었다. 서북청년단이, 군경이 민간인을 수십만명 씩 죽였던 보도연맹 사건, 4.3도 그렇게 용인됐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했다. 무도한 무법 사태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넘어갔다.

다행히, 지금 시민은 ’빨갱이‘라는 이유로 처단하자고 하지 않는다. 사법은 절차란 걸 중요하게 다진다. 빨갱이라는 단어 자체도 낡아버렸다. ’종북 좌파‘도 마찬가지다. 윤은 시대착오 인간이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잖아. 언론만 장악하면 됐어. 그래서 광주시민들이 왜곡보도, 축소보도에 분노해 광주MBC에 불을 질렀지.“

P의 해석이다. 언론. 광주에 침묵하고 전두환 미화만 했던 언론을 잊지 말자. 후안무치한 언론 때문에 시민들이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오래 걸렸다.

다행히, 이제 역적의 내란 음모가 투명하게 드러나버리는 시대다. 저마다 라이브를 올리고, 레거시 언론이 신뢰를 기반으로 사태를 보도한다. 뭔가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는 할말을 한다. 그들을 입다물게 하고 음모를 성공시키기 어렵다.


내란 시도는 언제든 또 가능하겠지. 하지만 우리는 1980년 5월18일 이후에도 고속성장했다. 시민의식이 달라졌다. 폭력을 거부하고, 빨갱이 낙인 찍기에 관심 없다. 시민이 기자인 시대다. 여기까지 온 것은, 역시 죽은 자가 산 자를 구원한 얘기다.

이제 함께 연대해 공화국을 구하는 경험까지 더한 우리 시민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어떻게 진화할까? K시민은 어떤 시대정신을 남길까?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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