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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산책

<정선 2박3일> 소금강, 기막힌 운탄고도(2)

by 마냐 정혜승



1.

저 풍경 보겠다고 이 숙소 잡으신 H온니. 테라스에서 하루종일 널부러져 있어도 좋겠다고 했지만 아침에만 즐겼다. 정선 하이원 마운틴콘도 전경은 아름답고, 메인 카지노 부근 풍경은 더 아찔하다. 월요일인데 주차장마다 차가 넘쳐 길가까지 빽빽하다.


2 정선은 사과? 사과 사는데 의기투합. 길가다가 차를 세우고 '사과팝니다' 연락처로 전화했더니 5분 뒤 사장님이 오셔서 사과밭 옆 집으로 데려가셨다. 밭의 사과는 빨갛게 빛났고 갓 수확한 꿀사과 진짜 달다. 난데없이 사과 쇼핑에 우리 지금 사과파티 중.


3.

소금강이 작은 금강이라고? 몰운리 찍고 가다가 사과밭 쥔장에게 여쭸더니 조금만 더 가라고. 절경이 펼쳐졌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곳마다 세웠다. 믿기지 않게 늠름한 바위들. 옛 선인들이 산수화를 왜 그리 그렸는지 알겠다. 기암괴석 사이 나무들까지 모든게 완벽하다. 드라이브 코스로 완벽.


4.

소금강에서 5분 거리라 갔다가 예정에 없이 모노레일 타고 화암동굴. 일제시대 동경에 본사를 둔 회사가 금을 채굴하던 곳이다. 목숨을 걸지 않고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험한 금광. 당시 수탈의 풍경이 아련한데..앞부분이 너무 아이들 눈높이라 어찌할 바 모르던 차에 마지막 자연동굴이 스케일로 압도했다. 1000년에 1~6cm 자란다는 종유석. 흐르고 맞닿는 돌 앞에서 웅장해진다. 별별 희한한 돌들.


5.

하이원 리조트 트레킹 코스 여럿인데 오후 2시에 갔더니 선택지가 좁았다. 일단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1.5km 내려오면 도롱이 연못. 1970년대 광부의 아내들은 남편의 무사고를 연못의 도룡뇽에게 기원했다고. 여기까지 가파른 구간이 꽤 되어서 나는 다시 올라가 케이블카 못타겠노라, 이대로 숙소까지 멀지만 걸어내려겠다고 버텼고...


6.

케이블카 회군 포기하고 도롱이연못에서 하이원 팰리스호텔까지 운탄고도를 걷기로 한 변심이 오늘의 로또다.

운탄고도,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이다. 2000명의 국토건설단이 만들었다는 길은 넓고 완만한데 길 옆은 절벽이고, 그 너머 굽이굽이 산너울이 절경이다. 트레킹 하는 내내 길에 빠져들고 산에 홀린다.

목표인 하이원팰리스는 운탄고도에서 까마득히 아래. 저쪽에서 올라왔으면 역시 힘들었을테니 초반 내리막에 평지였던 오늘 우리 코스가 정답. 발가락이 아플 즈음에 도착했는데 팰리스에서 숙소까지 셔틀버스는 드문드문. 곤돌라는 운행을 안했고 택시가 구세주였다. 우리가 많이 걸었다는 것을 꽤 나온 택시비로 확인.


7.

점심은 화암동굴 앞 식당들 중에 평점 좋은 곳을 골라 #중앙식당. 오후 트레킹에 대비해 단백질 메뉴인 닭도리탕. 푹끓여 감자는 녹고 토종닭은 쫄깃한 시골 메뉴 오랜만에 좋았다.

저녁은 택시 기사님이 추천한 대영한우실비. 고기 대신 찌개에 두부에 생선구이에.. 계란후라이 반찬 챙겨주는 곳은 찐이지.

숙소 안마의자에서 몸 풀고 목욕하고 사과 먹노라니 신선놀음이 따로없다. 운탄고도 봄에 다시 오기로. #마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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