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Z세대 반정부시위가 뜨겁다는 소식에 그들은 인터뷰를 추진했다. 한국 언론들이 외신을 번역해 짧게 소개하던 무렵이다. X에서 네팔로 검색해 닥치는대로 취재 요청을 남겼다. 시위를 이끈 스물셋 아유시 포우델(Ayush Paudel)과 연결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화상채팅으로 인터뷰했다. 중학생 언론 '토키풀' 취재 방식이다. 직접 묻는다.
'토끼풀', 난 처음 들었다. 은평구 중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다.
시에라 소사이어티에서 '미디어 모자이크' 모임을 이끄는 나는 참석자들의 미디어 소비 현황이 궁했다. 어디서 뉴스를 보는지, 무엇을 구독하는지, 왜 선택했는지, 어떤 미디어에 돈내고 싶은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재미있겠지! 예상대로 저마다 다른 미디어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답변한 10명 중 4명이 공통적으로 토끼풀을 언급했다. 듣도보도 못한 신문인데 이렇게 열렬한 지지를?
나만 몰랐을 뿐, 토끼풀은 최근 완전 힙하다. 일부 학교가 토끼풀 언론을 탄압해준 덕분이다. 백지 발행한 토끼풀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저항 언론의 패기를 계승했다. 여러 기성 언론에서 주목했고, 후원이 이어졌다.
모임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S님이 알려주신 '그것은 알기 싫다' 620화 '토끼풀 저널리즘 특강'을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멋질 일인가...
'학교는 아직 군사정권 시대?' 라는 보도는 은평구 18개 학교 학생생활규정을 전수조사했다. '불온 문서' 금지 등 인권침해 교칙이 있는 학교가 83%에 달했다.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인데다, 다들 오래된 걸 그냥 쓰는 바람에 비슷비슷하게 구렸던 모양. 조사가 전혀 어렵지 않았단다.
시내버스 파업 때는 노조위원장과 인터뷰했다. 노조가 파업까지 나설 때는 할 말이 분명 있을텐데, 기성 언론은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 경제적 손실부터 따진다는게 이들의 판단. 이들은 노조 입장부터 물었다. 그래서 나온 기사가 '시내버스 또 파업? 이유가 있다'.. 서울시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었다고?
개발도 좀 한다는 문성호 편집장. 토끼풀 홈페이지 깔끔하다. 이용자 경험(UX) 측면에서도 흠잡을데 없다. 괴랄한 광고 폭탄을 피해다녀야 하는 몇몇 언론사 홈페이지와 비교된다.
미디어 모자이크 모임을 제안받으면서, 언론 현황은 더 나빠지고, 별다른 희망은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 고심했던 나는 무지했다. 세상의 변화는 이렇게 다음 세대가 만들어간다. 예뻐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