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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Nov 17. 2019

어쩌다 을지로 #3

- 탐색



내 첫 직장은 수원이다. 


그런데 강동구 토박이에다가 장롱면허 소지자였던 나는 집에서 수원까지 얼마나 먼지, 또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거리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다. 


입사를 하고 나니 매일 출퇴근에 2시간 30분씩 허비하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언젠가 금요일에는 러시아워에 딱 걸려서 출퇴근 합계 3시간 19분이 걸린 적도 있다...)

당시에는 아직 젊은 나이였지만 아무리 젊고 체력이 좋아도, 야근에 지쳐있는 몸을 이끌고 70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개 한 번이라도 집에서 먼 회사를 다녀 본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은, 

다음 직장은 꼭 Door to door로 20-30분 내에 있는 회사를 고르겠다는 오기(?) 같은 것이 생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번째 직장, 아니 무모하게 창업을 했던 시절에는 강남역과 양재역 사이에 반지하 오피스를 구하여 출퇴근하였다. 집에서 택시와 대중교통을 섞으면 대략 45분 내에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무엇보다 서울시 내에 회사가 있었다는 것이 왠지 모를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 합격이 확정되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네이버 지도를 펼쳐놓고 집에서 을지로 3가 역까지 가려면 어떻게 가는 것이 최단 경로이고, 최소 시간인지 확인해 보는 작업이었다. 

지하철로만 이동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심플해지지만, 눈코 뜰 새 없는 아침 출근 시간에는 버스-지하철을 환승하거나 중간중간 택시를 활용하면 효율성이 배가된다(물론 교통비도 배가된다…). 


그런데 타의(?)에 의해 독립하는 것이 결정되었으니 이제 이러한 고민들은 모두 무쓸모가 된 것이다. 

나는 대신 길게 연결된 초록색 2호선 라인을 보면서 어느 지역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의 거주지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회사와 20분 거리 내에 위치. 환승은 절대 고려하지 않음

2. 실평수 기준 최소 7평 이상

3. 오피스텔 혹은 아파트를 고려

4. 마트, 문화 시설 등 인프라 인접 지역  

5. 보증금보다는 월세를 낮추는데 포커스 


사실 출근할 때 자차로 이동할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주차 지원도 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중 출퇴근은 온전히 지하철만 이용할 심산이었다.  

아파트를 매수할 형편은 당연히 안되고, 전세는 고려를 해보았으나 얼마 되지 않은 목돈을 묶이는 것이 영 찜찜하였다. 그러자면 월세밖에 없는데… 여러모로 주차 등이 불편하고 편의 시설이 부족한 

원룸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오피스텔이 정답이었다. 


그리고 머리로 나의 미래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아침에 또 헐레벌떡 출근할 것이 뻔한데 환승이 필요한 역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것은 좀 아니지 싶었다. (다년간의 직장 생활 결과, 자택까지의 거리와 지각 횟수는 반비례한다...) 


그런데 이렇게 조건을 달아도 막상 을지로를 잘 알지 못하고, 생활해본 경험도 전무한 을알못인 나로서는 인근 지역 어디에 집을 구하는 것이 좋을지 팍 하고 느낌이 오질 않았다. 

약속이 많은 홍대나 합정 쪽에 구해볼까? 아니면 좀 더 가서 당산? 아예 월세 비용을 낮추는 전략으로 가자면 신림이나 서울대입구? 아니면 아예 3호선 라인으로 압구정이나 신사? 


대학 신입생 때 할 법한 고민을 이제 와서 하자니 영 머리가 복잡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 혼자 끙끙 앓느니 집단 지성의 힘을 이용하자 싶어서 동문 게시판에도 글을 올리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렸는데 의외로 많은 리플들이 달렸다. 오호라, 을지로에서 일하는 (외로운) 싱글 직장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렇게 해서 추린 최종 후보지들은 1) 합정역 2) 광화문역 3) 충정로역 이렇게 세 군데였다.

일단 더방, 즉방 등을 통하여 주변 오피스텔 시세 등을 확인하고 내일부터 임장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자, 그러면 어디부터 방문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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