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나의 첫 해외 요가 여행
2014년, 6년 차의 봄, 나의 첫 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두 번째 행성인 카카오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입사부터 6년 차가 될 때까지 이틀이상 휴가를 낸 적 없이 일만 했기에, 난생처음 생긴 퇴사와 입사 사이 1주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했었다.
당시 나는 특히 지바묵티와 포레스트 요가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당시 국내의 다양한 곳곳을 (신촌, 광화문, 대구, 부산, 대전, 포항, 제주, 잠실, 강남 등등) 돌아다니며 마치 요가를 주제로 여행하던 때이기도 했다. 나의 첫 7일간의 휴가! 왠지 지바묵티 본원이 있는 뉴욕으로 요가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즉흥적으로 하게 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왠지 못 갈 것만 같았다. (주변 지인들이 요가는 인도 아니냐고 물었지만, 당시 나에게는 뉴욕이었다.)
그렇게 구글 맵에서 '지역명 + 요가'라는 키워드로 1차 검색을 하고, MINDBODY 앱을 깔아 뉴욕 곳곳의 요가원을 저장해놓고 떠났다. 그리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감사한 인연들을 뉴욕 요가 여행에서 또 만날 수 있었다.
지바묵티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자이요가 압구정 지점 주말반이었다. 당시 주말반 수업은 요가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 정말 신세계였다. 이름도 입에 붙지 않는 지바묵티, 아행가 그리고 숲 속 요가인 줄 알았던 포레스트 요가까지.
그렇게 지바묵티, 아행가, 포레스트에 빠졌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수련할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주말에 대구건 신촌이건 그게 어디건 수련을 하러 선생님들을 따라다녔었다.
그러다 결국 지바묵티 센터까지 오게 된 것.
지바묵티는 지바 + 묵티의 합성어로, 지바는 영혼 그리고 묵티는 해방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른 요가 수업과 전반적인 시퀀스는 비슷한데, 작은 피아노 건반같이 생긴 악기의 연주와 함께 챈팅을 하는 것 그리고 바가바드 기타라는 요가 경전에 나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좀 다른 점으로 느껴졌다. 마치 교회에서 성경 말씀을 듣고, 찬송가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종교는 없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 나에게 지바묵티는 조금 더 영적인 요가 수업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수업의 시퀀스는 활기찼고, 수련하는 그 시간 동안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느낌도 들었었다. (언젠가 지바묵티 TTC를 뉴욕에서 들어보고 싶다는 꿈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그런데, 23년 기준 구글맵에서 검색해보니 뉴욕 지점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여졌다.)
두 번째로 가보고 싶었던 요가원은 다르마 요가원이었다. 막연하게나마 현존하시는 구루인 Dahrma의 수업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것, 그리고 당시 요가 선생님들이 추천도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었는데...
https://goo.gl/maps/YWpz4kT34N2Usur27
정말 말도 안 되는 운으로 내가 Big Fan 인 인사이드 플로우의 창시자 영호선생님도 뉴욕에 계셨고, 숙소도 인근이었으며, 마침 다르마 요가원에서의 수련 계획 또한 같았다. 그렇게 영호선생님과 함께 다르마 요가 수업을 들었던 시간.
빼곡하게 많은 수련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문을 나설 때까지 마중해주는 강아지의 배웅을 받으며 센터를 나왔다. 역시, 뉴욕으로 요가 여행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이때 영호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두 곳의 요가원이 있었다. Laughing Lotus는 그중 하나였고, 특히 Dana 수업을 꼭 들으라고 하셔서, 그녀의 듣기 위해 시간을 맞춰서 갔다. (너무너무너무 아쉽게도 22년 현재 기준 없어졌다.)
말도 안 되게 힙한 분위기였고, '다들 뭐 먹고 몰래 수련하나?' 싶게 엄청난 하이 텐션이었다. 요가가 이렇게 신날 수 있다니! 인사이드 플로우를 좋아하는 내가 너무나 반할만할 수업을 추천해주신 것이었다. 이때의 기억과 Dana의 수업이 너무나 좋았어서 늘 그리워했었다. 인터넷으로 Laughing Lotus 관련 동영상을 엄청 찾고 보고 있었는데... 그러다 2015년에 일산에서 열린 코리아 요가 페스타에서 Dana 가 온다고 하여, 일산까지 가서 그녀의 수업을 또 들었었다. 그리고 그게 현재로서는 마지막 Dana 와의 수련이었다. 언제 다시 그녀의 수업을 미친 텐션으로 또 들을 수 있을까? (정말 아쉽다.)
https://goo.gl/maps/ieBJW5BKaSYz9APP6
김영호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다른 한 곳은 쿨라였다. 그래서 다르마 요가 수련을 마치고, 바로 쿨라로 향했다. 약 40분 정도를 걸어 도착했고, 센터의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매트를 들고 두리번거리면 늘 그렇든 귀인이 나타나서 어디가 요가 센터인지 친절히 알려주었다.
덕분에 센터에 무사히 도착했고, 오전 수련 마치자마자 꽤나 걸어온 나에게 딱 필요한 이완 수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천천히 수련을 마치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약간은 선선해진 날씨 속에서 다시금 숙소까지 약 1시간 정도 걸어갔고, 그날은 이렇게 감사한 수업과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이 가득한 요가 여행의 날이었다.
https://goo.gl/maps/pUwT8xMHmLVREUsY8
아마 저 즈음에 한국에도 플라잉 요가와 함께 OM Factory 센터가 강남에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작 가까운 한국에서는 못 가보고, 뉴욕에서 처음으로 플라잉 요가를 경험하게 되었다. 땅이 발에 닿지 않으면 무서움을 느끼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뭔가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두려워말고 해 보자는 마음으로 그냥 해봤던 것 같다.
https://goo.gl/maps/GRENcwQU2vfN8EBD8
오며 가며 걸어 다니다가,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도 요가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뉴욕 한복판의 공원에서 요가라니! 얼마나 사람들이 모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너무나 궁금했고 무조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갔다.
한국에서도 2013년도에 부산까지 찾아가 새벽 요가 수련을 했던 적이 있었다. 금요일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부산, 잠깐 자고 일어나자마자 찾아간 한 공원에서 처음 뵙는 부산아타요가 수련생 분들과 원장님과 함께 수련을 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었는데... 뉴욕의 공원에서의 요가 또한 너무나 좋았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신기했고, 특히 아주 어린 딸과 아빠가 함께 참여한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었다.
뉴욕도, 요가 여행도, 그리고 7일간의 휴가라는 것 모두가 처음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었다. 즉흥적으로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서도 내내 걱정이었다. 괜한 무서움이 있었다.
막상 가보니, 영호선생님, Dana, Dahrma와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감사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으며, 다양한 장르의 요가를 낯선 도시에서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이제와 돌아보면 이 즉흥적인 시작을 기점으로 발리, 홍콩,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등 다양한 나라에서 틈나는 대로 요가 여행을 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다음 요가 여행지는 언제,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