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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홍보대사가 누구라고?

[양평 사람 최승선 036] 햄튜브의 양평 홍보대사 위촉을 기념하며

by 최승선

중학교 때, 전국 단위 교회 연합 수련회에서의 이야기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약 30명에게 2분 간격으로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짧은 시간이니 그동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보통 나이와 사는 곳, 시간이 남으면 꿈 또는 기도제목을 얘기했다. 몇 백 명이 다 같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으니 몹시 시끄럽던 곳에서 수십 번의 자기소개를 하다 보면 뻔한 대화만 오가는 법이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양평에서 왔어. 경기도 양평"이라는 내 말에 "어! 알아! 양평고 알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반가움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서 잽싸게 물어봤다. "어?! 어떻게 알아? 나 양평고 나왔는데?!!" 그는 "헐 대박! 거기 이수근 나온 학교잖아! 양평고 교복 입고 1박 2일 나왔었는데! 너도 거기 나왔구나!!!" 아니 이수근 열성팬도 아닌 사람이(누구나 열성팬일 수 있지만 그는 아니었다) 어떻게 연예인의 모교를 기억하고 있는 건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은 이후 꾸준히 이어졌다. 전주는 비빔밥으로, 안동은 찜닭으로 연결되듯 양평은 해장국으로 연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두물머리 핫도그'와 '이수근'을 얘기했다. 두물머리 핫도그는 아는 사람들이 양평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양평이 강원도인 줄 아는 사람도 이수근의 동네인 줄은 알았다. 이수근은 양평 사람들의 '두유 노' 시리즈에나 나오는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대단한 양평 홍보대사였던 것이었다.


'양평의 이수근'은 분명 의미가 깊다. 나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편지지를 나눠주며 이수근 아저씨가 우리 학교에 신문을 구독해 주었으니 감사 편지를 쓰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신문이 어느 회사 건지도 모를 만큼 신문엔 관심이 없었지만, 유명한 사람에게 내 편지가 닿는다는 생각에 정성을 담아 썼다. '이수근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저는 승선이에요. 신문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신문을 읽고 똑똑한 사람이 될게요'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이수근의 양평'에 경쟁자가 생겼다. 김대호였다. MBC '신입사원' 프로그램으로 아나운서가 된 그의 이름은 그 당시 양평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도 모르지만 그의 출신 학교들과 사는 동네는 알 수 있었다. 양평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였다. 나 혼자 산다에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 이후로는 내가 좋아하던 횟집도 웨이팅이 생겼고, 블로그가 떠들썩했다. 김대호의 양평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쩐지 양평에서 나고 자란, 나의 모교 선배님들인 이수근 선배님과 김대호 선배님으로 양평이 대표되는 게 달갑지는 않았다. 유명인들의 샤라웃이 얼마나 지역 브랜딩에 효과적인지 알지만 그랬다. 선배님들에 대한 애정도와는 별개였다. 양평의 무엇이 좋은지 알려지지 못한 채, 그들의 양평이 되는 건 양평사랑단으로서 섭섭한 일이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만의 섭섭함.


그리고 2025년 2월, 햄튜브가 양평 홍보대사가 되었다. 양평 사람들 중 몇이나 햄튜브를 알까 싶지만, 나는 그 소식이 몹시 반가웠다. 그건 그가 양평 홍보대사가 된 것은, 양평과 끄나풀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양평을 홍보한 경력으로 홍보대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양평 브이로그를 보면 '쫌 하는데?' 싶은 곳이 쏠쏠히 나왔다. 경력직 유튜버로서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하지 못하는 몇십만 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햄튜브가 오래오래 양평에 살고, 양평에서 사랑받고, 양평에서 행복하게 영상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언젠가 전해줄 맛집 리스트를 모아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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