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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ly yours Feb 15. 2022

경상북도 영양군

2021년 6월

영양군 SNS 서포터즈 같은 인스타샷

봉화에서 영양으로 가려면 구불구불한 2차선 산길을 넘어야 했다. 산을 넘어야 한다길래 강원도 한계령 정도를 생각하고 조금 긴장했는데 그정도 산은 아니었고, 길에 차가 거의 없어서 운전하기 어렵진 않았다. 카카오맵의 지적편집도를 누르면 온통 "농림지역"으로 나오는 지역인데  무척이나 농사짓는 땅이 많구나 생각하며 짧지 않은 드라이브를 즐겼다.

주실마을의 골목길


내가 운전을 하는 동안 조수석의 남편은 할 일이 많다. 음악, 물, 간식 세팅에 더불어 내가 졸리지 않도록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인구는 2만 명 정도고, 친한 친구가 영양 출신인데 대구사람으로 위장을 한다던지, 영양에는 신호등이 세 개 밖에 없다던지(KBS 스펀지에 나왔었다고 합니다), 청양고추는 알고 보면 청양이 원조가 아니고 청송과 영양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라는 주로 신변잡기적인 것이나 나무위키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해준다. (정치 덕후이기 때문에 어디 어디 시군을 합쳐 국회의원 1명을 뽑고 이 지역은 어느 당이 집권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영양의 흔한 풍경


영양 출신이라는 그 친구는 주실마을에서 1박을 할 것과 "선바위가든"에서 밥을 먹을 것을 추천해주었다. 우리는 영양군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라 일단 "주실마을"로 향했다. 오래된 고택들이 모여 있는 한옥마을인 줄로만 알았는데 조지훈 생가와 문학관이 있었다. 마을은 아담했고 문학관 건물 뒤쪽으로 보이는 나무숲과 한옥의 조화가 멋있었다. 정말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음을 느끼고 싶다면 영양에 가보시길 추천한다.

새로 지은 한옥과 뒷산 풍경이 잘 어우러진 조지훈 문학관


문학관 앞에는 1년 뒤에 엽서가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 있었는데, 통영 미륵산 정상에 있던 느린 우체통으로 프러포즈를 했던 우리는 추억에 잠겨 잠시 앉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

전혀 기억 나지 않는 편지 내용


선바위는 영양을 굽이굽이 흐르는 반변천에 있는 촛대바위처럼 생긴 바위인데 사진으로 봤을 때 꽤나 멋있어 보였고, 선바위가든에서 밥을 먹으러 겸사겸사 들렀다. "선바위 관광지"로 거창한 안내문과 거창한 주차장, 고추 전시관과 산책 데크까지 있었지만 일단 아무도 없었고, 망한 관광호텔에 흐린 날씨까지 겹쳐 무척 스산했다. 사진에서 봤던 남이정은 낙석 위험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놔서 아쉬움만 남았다. 선바위가든의 산채정식은 1인당 2만 원으로 저렴하진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이름 모를 나물을 맛볼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농특산물 직판장에서 고춧가루와 꿀을 기념품으로 구매했다.

선바위 관광지


영양군청 홈페이지(https://www.yyg.go.kr/tour)  가면  보고 어디서 자야 하는지 대략적인 정보를 얻을  있는데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고택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노란 장판의 일관된  사진과 사장님인지 집주인인지 관리인인지 모를 분의 휴대폰 번호만 있어서 선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방값은 저렴했고 생각보다 답장도 바로 왔다.

두들마을에서 만난 모네의 양귀비 밭


"두들마을"은 고택이 모여있는 또 다른 마을이었는데 주실마을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거의 없는 블로그 후기를 뒤져 예약한 병암고택은 리모델링이 전혀 되지 않은 찐 한옥이었다. 본채에는 실제로 사장님이 거주하고 있어 하룻밤 먼 친척 집에 와서 자는 기분이 들었다. 짐을 풀고 돌아본 두들마을은 석보면에 있어 실제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왜인지 기분이 업되어 동네 통닭집에서 후라이드 치킨을 사왔는데 불행히도 수압이 너무 약하고 따뜻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찬물 샤워로 하루를 마무리 해야했다.

영양 만점의 영양 통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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