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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문 May 06. 2017

논문작성법
3. 논문의 논리

헤겔의 정-반-합 체계를 빌어.

일반적으로 연구 논문의 구조는 귀납적 형식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일부만 충족된다. 논문 내용의 전개에 대한 형식적 제한은 점차 다양하고 독창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양적 논문과 질적 논문의 결합이나, 학제 간 통섭의 연구가 추구되는 가운데 형식에 대한 고정화는 새로운 연구 추세와 부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성립을 위해서는 논리적 구성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나, 본 글에서는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년 8월 27일~1831년 11월 14일)의 변증법을 빌어 논문의 내용적 논리체계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논문 작성 전체에 대한 논리구조를 정반합(正反合, 독일어: These, Antithese, Synthese, 영어: thesis, antithesis, synthesis)의 형태로도 설명할 수 있다. 물론 헤겔의 변증법적 논리는 관념 철학의 영역으로 사회, 국가 및 자연까지도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발전적 형태로 진행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정반합을 반복함으로써 역사는 절대 이성에 도착하고, 더 이상 발전이나 검증, 혹은 변화가 필요 없게 되면, 역사의 종말 상태에 이른다고 하였다. 정반합에 대한 정리를 위키백과에서 빌리면 다음과 같다.     

  

'정'은, 어떤 것이 모순적 면모를 지닌 상태로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정'을 부정하여, 모순을 털어버린 상태를 '반'이라 한다. 하지만 '반'은 모순을 극복하였다고는 하나, 이 세상 모든 물체들은 모순적 면모를 지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것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상태인 '합'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합 또한 모순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은 다시 '정'이 된다. 이러한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정반합 이론이다.     


정(thesis)


‘정’을 논문에 적용해 보면, 연구 체계에서 연구 문제의 정의와 가설의 설정까지로 볼 수 있다. ‘정’은 영어로 ‘thesis’로 번역 되고 있다. 이는 한국어로 논문, 특히 학위논문을 의미한다. 어원적으로 보면 ‘the’+’sis’로 구분 지어 볼 수 있다. 'the(put, place)'은 ‘(생각이나 고려를 위해) 두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sis(action, 상태, 과정, 조건을 의미하는 접사)'가 결합한 용어라고 영어 어원적 해석이 가능하다. 논문에서 보면, 연구주제의 설정과 가설의 구성단계로 볼 수 있다. 가설은 연구가설과 귀무가설(영가설)의 형태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연구가설은 주로 지시적 형태의 대립 가설(alternative hypothesis)로 특정사실이나 인과관계를 부분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설정되거나, 영가설(null hypothesis)로 기술된다. 영가설은 귀무가설로써 두 변인 간 전혀 상관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이나, 연구가설의 부정을 위해 수립하는 경향이 있다.    

 

반(antithesis)


‘반’인 antithesis는 'anti(반대)'와 ‘thesis(상태, 제안)’과 결합한 형태이다. '정반대, 대조(contract)'라는 뜻으로 이용되며, 수사학적으로 대조법, 혹은 대구(對句)를 의미한다. 즉, 설정된 가설(정)에서 모순된 부분을 찾아내어 재 정의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정’을 부장하여, ‘정’의 모순을 털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이 ‘반’에 의하여 부정된다고 하여 바로 ‘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이라 믿었던 가설에는 모순이 반드시 존재하며, 모순에는 또 모순이 존재하고, 부분적 사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합(synthesis)


‘합’은 작게는 논문 안에서 논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며, 크게는 인류가 무한히 반복해야 할 지적 활동이다. ‘syn-’은 하나로 합쳐진 의미를 가진다. 즉, ‘synthesis’는 정과 반의 합을 의미한다. 다만, 논문 안에서의 정반합을 넘어 기존의 선행연구와의 정 - 반 - 합을 포함하여야 한다. 논문을 작성할 때, 가설의 채택이나 기각만으로 연구결과를 결론으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단순 사실이나, 일부의 조건에 부합되는 연구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논문으로 새로운 지식을 도출하기보다는 지속적인 탐구활동의 한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연구주제와 범위를 설정할 때부터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는 일반적 주장은, 논리의 충족 면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서론이나, 이론적 배경의 검토와 논의에서 기존 연구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제대로 된 ‘합’을 도출하기 위한 논문이 얼마나 어려운 여정인지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를 유사한 방법으로 재검토하거나, 반대를 위한 비판적 논문의 논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연구자가 위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논문의 논리란 수 없이 많은 체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논리 설계를 따로 설계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 작성자는 논문의 구성, 혹은 형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용적인 논리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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