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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닝룸 Feb 21. 2021

<토미에>_이토 준지

파괴하려 할 수록 증식하는 본능

나는 어렸을 때부터 괴기스러운 것을 좋아했다.

학교괴담 같은 만화책도 즐겨 읽었고,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 같은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다.

물론 그 취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본 것들 중 <토미에>는 가장 신비로우며 괴기스러운 만화책이다.






만화의 세계관 속에서 토미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남자들은 토미에를 보면 반드시 그녀에게 빠져버리게 된다.

만화책은 Part1, Part2, 어게인 편이 있는데, 토미에는 각 편마다 그 시대에 맞춰 가장 아름다운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Part1과 어게인의 그림체가 많이 다르다.)



이렇게 아름다운 토미에의 성격은 오만하고 더럽기 짝이 없다.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는 나르시즘에 빠져 있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들을 이용하고 하인처럼 부려먹는다.

죄책감이라던지 연민 같은 감정은 아예 없다. 

허영심도 많아 캐비어나 푸아그라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





여기서부터 이토 준지 특유의 괴기스러운 스토리다.

토미에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반드시 그녀를 토막내어 죽이고 싶다는 본능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에는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여 토미에를 토막내게 되는데, 그 토막들에서 새로운 토미에가 자라난다..

그렇게 생겨난 토미에들은 서로를 증오하고 남자들을 시켜 다른 토미에들을 살해하려고 한다.

이토 준지는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해 말하기 싫은 어떤 기억 때문에 여성에 대한 기괴한 상상을 투영했다고 한다.




이렇게 증식한다..




토미에를 죽이는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토 준지의 어떤 철학적인 메세지일까?

아니면 그저 괴기스러운 상상일까?

예전부터 이 살인의 욕구가 자신의 사랑을 짓밟는 토미에의 오만함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서만 소유하고 싶은 본능적 광기일지 궁금했다.

이 광기로부터 토미에는 새롭게 태어나고, 살해당하고, 증식한다.

이것을 아름다운 여자에게 유혹 당할 수 밖에 없는, 파괴하려 할 수록 증식하는 본능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토미에에게 강하게 끌렸다.

이토 준지의 다른 어떤 만화들 중 <토미에>보다 강한 자극을 준 만화는 없었다.

토미에는 내가 본 모든 창작물 중 악녀 중의 악녀, 그럼에도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어쩌면 나도 토미에처럼 되고 싶은 것일까?

이 악녀에게 끌리는 나의 심리를 한번 들여다봤다.

만화 속에서 토미에는 항상 어리고, 아름답고, 모든 남자들에게 사랑받는다.

평생 젊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욕망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미에는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미인의 인생만큼 아름다운 게 또 있을까?"

평생 젊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정말 가장 아름다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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