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이 Aug 26. 2021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이마무라 쇼헤이(1)

<인간 증발> 제작 과정에서의 깨달음이 그의 다큐멘터리에 미친 영향

나의 일본 다큐멘터리 답사기에서 가장 먼저 살펴 볼 다큐멘터리 감독은 이마무라 쇼헤이이다.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1926~2006)는 일본의 감독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2번이나 받으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명감독이다. 그의 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극영화로 하나의 일가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그가 다큐멘터리도 찍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필모그래피 상 '다큐멘터리 시기'라 할 수 있는 1970~1973년의 기간 동안, 스스로 ‘기민 시리즈’라 명명한 7편의 다큐멘터리를 집중적으로 연출하였다. 기민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사전에 기민(棄民)은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국민’ 을 의미한다고 나와있다. 이마무라는 기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카메라 앞에 직접 나와 그들을 찾아 나서는 7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앞선 10년간(1958~1968)의 극영화 시기를 보낸 이마무라가 다큐멘터리로 전환하게 된 이유로는 두가지 정도가 이야기된다. 하나는 1968년 영화 <신들의 깊은 욕망> 흥행 실패 이후, ‘극영화 제작비나 제작 여건 마련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리얼리즘 논의가 대두되는 가운데,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실)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 중 필자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이마무라가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중심 이유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시기’로 들어가기 전 이마무라는 이미 1967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에 대해 다룬 작품 <인간증발>을 통해 카메라로 진실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다(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경험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포착하고자 하더라도 사람은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연기를 하게 되고, 그 때문에 상황은 변한다. 공간 속에 카메라가 위치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촬영 과정에서 그걸 깨달은 이마무라는 영화 속에서 상징적으로 세트 벽을 허물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의 벽을 허물어 해체시킨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연기인지, 어디까지가 다큐이고 어디부터가 극인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찌감치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다큐멘터리로 전환했을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당장 극영화 제작이 힘든 상황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후를 도모해보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게 된 일이 방송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다큐멘터리 제작이었으며, 거기서는 앞서 깨달은 바에 따라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과 목소리를 잔뜩 담아내었다. 물론 형식과 내용은 같이 가는 것이기에, TV다큐멘터리라는 포맷 자체도 내용이 그렇게 구성되는데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기민 시리즈’ 다큐멘터리에 관한 본격적인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다큐멘터리 입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