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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이 Jul 15. 2021

뭔갈 쓰기전에,

(핑갈의 동굴 아님)

뭔갈 쓰기전에,


“나는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 특히 긴 글을 쓰는건 더더욱 자신이 없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한다.”


이렇게나 자신이 없는건, 내게 실제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다 기웃거려서 절대적인 양으로 봤을 때 모르는 분야는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주워들은건 많지만, 무언가에 대해 정확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뭐든 대략적으로밖에 말 못한다. 그래서 항상 말끝을 얼버무린다.

어떤 한 주제에 대해 앵무새처럼 주워들은이야기만 할 뿐, 거기 정리된 내 생각을 싣거나 주장하지는 못한다.

이건 골든벨같은 퀴즈를 울리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아마 나는 거뜬히 울릴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건 아무 의미 없다.


대학원생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의 내게, 이건 치명적인 단점이자 큰 고민거리다.

물론 내가 대학원생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부족함에 갈증을 느끼고 고민했을 것이다.

무언가 정리된 자기 생각을 주장하고, 자기만의 논지를 펼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부럽다.

나는 검색만 잘하는, 얼기설기 기워놓은 누더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1만큼 아는데 99를 아는 것처럼 입터는 사람들이 넘치는 시대에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내가 너무 진지테크타는건가.. 싶기도하다. 근데 뭐 나는 그만큼 썰을 잘 풀지도 못하고, 뭘 막 써내지도 못하니까..(그런 사람들이 뭔가 부족하다는걸 알겠는데, 또 그걸 정확한 언어로 집어내지도 못한다)


학부 때는 내가 뭔가 핵심도 잘 집어내고, 질문도 날카롭게 잘 던지는 줄 알았다. 근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땐 그냥 풀이 좁은거였다. 넓은 풀에 나와서 보니까 잘하는 사람, 뛰어난 사람 참 많다.

던지는 질문도 허접한 수준이다. 전체적인 내용이 다 장악되지 않으니까, 내용을 소화한 다음 내 생각을 덧붙여서 질문을 하는게 아니라 겉핥기에 가까운 곁다리 같은 그런 질문만 던진다.


상투적이지만 정말 대학원에서 뭘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모른다는 사실만 알게된다.

나는 모른다. 지난 세학기 동안이나 수업을 들었으면서 그때 들었던 것들을 지금 이야기해보라면 하지 못한다.

나는 뭘하고 있는걸까? 정리는 어떻게 하는걸까? 한큐에 꿰는건 어떻게 하는거지?

복습을 하지 않아서 생긱 문제인가,,? 내 생각보다 내가 멍청한가?

뭐가 늘어야 하는데,  늘었는가 자문해보면.. 글쎄,, 그런게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대학원에 진학한 것 자체는 무척 만족한다.

이미 진학했으니까, 엎어진 물처럼 어쩔 수 없이 내 안에서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진학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 모르는 세상을 보는 눈이 트여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건 사실 잘 구분은 안되는데, 그게 대학원 진학 때문인지 ‘성공회대’ 대학원에 진학했기 때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듯하다.

그래서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대학원 와보는거 좋은 선택이 될거라고 말해준다.(물론 대학원 성격에 따라 다를거라고는 생각한다. 그냥 학위따러가는 과정이나 그런건,, 의미없을거다)


마무리는 잘 안되는데, 이건 앞으로는 듣고 배운 내용과 생각을 잘 정리하겠다는 선언같은 거였다.

또 무엇보다도 글을 써버릇하는, 글쓰는 버릇을 들여야 할 듯 싶다. 안 쓰니까 내 안에서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만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

일필휘지로 그냥나오는대로 쏟아내보고 싶은데, 내 스타일 탓인지 잘 안해봐서 그런지 계속 한줄 한줄 다시 읽고 아주 지엽적인 부분들을 고치게 된다. 그것 땜에 글쓰기가 지치고 진도가 안나간다. 그걸 최소화하고 지껄이듯 휘갈겨보는 것이 지금의 내게 필요해 보인다.

 

이건 뭐 자학하는 글은 아니다. 그리고 또 지금 막 절망하고 있지도 않다.

한번 정리를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과 단절되어, 수첩에 볼펜으로 글을 써야 했던 군대 시절 이후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은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정리를 회피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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