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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이 Aug 24. 2021

일본 다큐멘터리 입문

나의 일본 다큐멘터리 답사기 시작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나를 이끈건 8할이 일본 다큐멘터리였다.

애초에 일본문화라면 사족을 못쓸 정도던 나였기에, 그게 또 ‘일본’이었던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나를 처음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도 일본 감독 나카히라 코우의 영화들이었다. 2017년 여름 영상자료원에서는 나카히라 코우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당시 방학이었던 나는 영자원이란 곳을 처음 알게되어 그 곳에 가보게 되었다. ‘파격의 시네아스트’라는 수식어로 진행된 특별전에서는 <미친 과실>, <진흙투성이의 순정>을 비롯 그의 작품 14편이 상영되었고, 그 중 나는  닷새간 10편의 영화를 보았었다. 그때 그 영화들을 보고 받았던 충격과 설렘은 아직도 선명하다. 또 이시하라 유지로의 건치도 요시나가 사유리의 빛나는 모습도 나를 설레게 하였다. 그때 이래로 나는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영자원을 내 집 안방 드나들 듯 오가게 되었다.



그런 취향에 따라 다큐멘터리 역시도 자연스레 일본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

2018년 여름 나는 하라 가즈오를 시작으로 오가와 신스케, 양영희 등 수 없이 많은 여러 감독의 작품들과 만났다.

몇가지만 간략히 써보면, 하라 가즈오의 다큐 <가자 가자 신군>은 내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작품이며, 그의 초기작 <굿바이 CP>와 <극사적 에로스>는 내게 상상도 못할 정도의 이미지적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액션 다큐멘터리라는 것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

그 다음 만난 오가와 신스케의 ‘산리즈카 시리즈’ 역시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전쟁터 한복판에서 투쟁하는 카메라로 담은 다큐였으며, 그 자체로 대단한 역사쓰기의 실천이었다.

마지막으로 재일조선인 감독 양영희의 다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다큐 <굿바이 평양>, <디어 평양>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재일조선인 가족의 삶을 자전적으로 잘 풀어내었다. 나 역시 이를 통해 재일조선인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되었으며, 더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었다. 또 이건 따끈따끈한 소식인데,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그녀의 신작 <수프와 이데올로기>가 개막작으로 상영된다고 한다. 무척 기대가 된다.



이마무라 쇼헤이 다큐멘터리와의 만남 역시 하라 가즈오를 경유해서 이루어졌다. 사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작품은  그 전부터 <인간 증발>을 비롯하여 많이 보아왔었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감독이었다. 그러나 ‘기민시리즈’라고 명명되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다큐멘터리 시기 작품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된 것은 하라 가즈오의 <가자 가자 신군>에 대해 탐구하면서부터였다.

이마무라가 다큐멘터리도 찍었다는 사실은 2018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열린 하라 가즈오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그때 나는 하라 가즈오 감독에게 직접 “<가자 가자 신군> 엔딩크레딧 중 기획에 이마무라 쇼헤이의 이름이 있는데, 그가 기획에 참여한거냐?”고 질문하였었다. 그에 대해 그는 “본래 오쿠자키(주인공)가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제안했던 것은 이마무라였다. 그러나 당시 이마무라는 극영화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자신에게 다큐를 찍어보라며 오쿠자키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 때문에 기획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게되었다”라고 답했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기말 텀페이퍼를 쓰면서, 하라 가즈오가 쓴 책을 읽기도 하며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아직 이마무라의 다큐멘터리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그의 ‘미귀환병 시리즈’는 내가 이제까지 봐온 영상 중 가장 꼼꼼하게 본 다큐멘터리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내가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출신 잔류자 연구>를 논문 주제로 삼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그런 점에서 현재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내가 주목하고 있는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은, 작년(2020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접한 소다 카즈히로이다. 그의 작품과 그가 쓴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며 그의 다큐멘터리 방법론인 ‘관찰 영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개인적으로 현재의 나에게 가장 잘맞고, 내가 지향하고 싶은 다큐멘터리 방법론 역시 ‘관찰 영화’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언제 내가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다면, 그 방법론을 차용해서 시작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이외에 고모리 하루카, 오다 가오리 등 일본의 젊은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도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났던 그들의 작품을 통해 나는 그들이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고모리 하루카의 신작은 역시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다고 한다.(기대 만땅)


현재 내 안의 일본 다큐멘터리 궤적은 ‘이마무라 쇼헤이 ~ 하라 가즈오 ~ 소다 카즈히로’로 이어지며, 그것이 하나의 선을 이루고 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채워야 할 부분이 많고, 계속해서 채워나가겠지만 그 선을 중심으로 한번의 정리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고로 ‘일본 다큐멘터리’들을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한번 써보려 한다. 나중에는 이걸 나의 오리지널 컨텐츠로 삼아 강연도 하고 책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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