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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Oct 20. 2022

#89 기분을 삶을 순 없으니까

달걀 두 알의 응원

    

    유독 기분이 처지는 날이 있다. 날씨도 좋고, 딱히 크게 불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더딜 때'다.


    '50일 챌린지'를 막 시작했을 때에는, 워낙 뜸했던 브런치에 매일매일 글을 써대니 노출도 높고 다음 메인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올랐었다. 조회수는 줄곧 1만 회를 넘겼으며, 구독자 수도 가파르게 올랐다. 세상이 다 핑크빛이었고, 내꺼 같았다.


    하지만 모든 성장은 계단처럼 이루어진다고 했다.



    상승이 있으니 정체도 있었다. 심지어 하락도 있었다. 구독자 숫자가 한 명 줄어있으면 마치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말 한마디 없이 잠수를 타고 떠나간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구독자수가 확 늘지 않는 브런치 플랫폼 특성상, 구독자 200명을 너무나도 찍고 싶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처음엔 100명이어도 뛸 듯이 기쁘더니 이젠 200명을 바라고 있다.

    197명에서 열흘 넘게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바뀌었다. 200명으로? 아니다. 196명으로 바뀌었다.

    이럴 수가...!

    좋아하는 글을 붙잡고 "사랑한다고!"라고 매일 외치지만 마치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만 같은 기분이 이어졌다. 의욕이 사라졌다. 동시에 식욕도 사라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책상에 한참을 앉아있으면서 가장 쉽게 굶게 되는 건 아침 식사였다.


    

    작업실에 콕 박혀 몇 시간이고 있다가 부엌으로 나가니 얌전히 놓여있는 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아침으로 먹고 글 써."

    작은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가 아침으로 달걀을 삶아먹고 내 몫의 달걀 두 알을 얌전하게 껍질을 까서 놓아준 것이었다. 반을 가르니 완벽히 반숙으로 삶은 달걀이었다. 우물우물 달걀을 한참을 씹으면서 생각했다. 구독자도 중요하지만 달걀을 삶고 껍질을 까주는 응원군 한 명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이미 얻은 것 아닐까. 껍질 깐 삶은 달걀 두 알에 힘껏 동력을 얻어 오늘도 이렇게 써내었다.




- 파랑 -

딱 한 명이라도 온전히 자기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면 그 사람은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구독자 200명을 찍었습니다.

현재 매일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 챌린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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