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하는 마음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다. 부엌에서 매일이고 뚝딱뚝딱 요술을 부리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초의 요리 기억은, 일곱 살 때 계란프라이를 해 먹고 싶었는데 도시가스 밸브를 열지 못해서 (정확히는 그 존재를 몰라서) 원통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에세이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팔 할이 요리 에세이이다. 나는 여전히 먹는 게 가장 좋고, 먹이는 게 즐겁다. 독립한 지 4년 차에 나름 집이라고 부를만한 집으로 이사 온 후, 친구들을 초대하는 일이 잦아졌다. (새로 들인 식기세척기 덕분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분식파티라며 직접 김밥을 만들어서 떡볶이, 어묵과 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돼지갈비를 으스러질 때까지 토마토소스와 함께 끓여 라구소스 파스타를 내기도 하고. 그때그때 메뉴는 달라지지만,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이렇게 호강해도 돼?"
"나, 이런 융숭한 대접은 처음 받아봐."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에서 사 온 사워도우를 올리브유를 뿌린 후, 프라이팬에서 바삭하게 굽는다. 복숭아 민트 버터, 올리브 스프레드 등 평소에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귀한 곁들임 등을 예쁜 그릇에 담아 빵 옆에 둔다.
애피타이저를 시작으로, 메인 디쉬가 점점 비워져 갈 때쯤, 나의 시그니처 디저트를 내놓는다. 직접 만든 바질토마토청을 탄산수에 타서 시원한 에이드로 곁들이고, 흔한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흔하지 않은 발효후추와 풀향, 방울토마토향이 진하게 나는 올리브유를 뿌린다.
음식 하나하나 더 맛있게, 더 예쁘게를 추구하며 즐거운 입호강 파티를 열고 나면 수북이 쌓인 설거지가 남는다. 홈파티 원칙은 바로, 친구들이 가자마자 치우는 것. 남은 음식물을 정리하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착착 쌓아 전원을 켜두면 그날의 홈파티가 최종 해피엔딩이 되는 것이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세상 깨끗해진 부엌을 보며 또 생각에 잠긴다.
이번주 주말에 뭐 해?
우리 집 놀러 올래?
- 파랑 -
‘남의 집’이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내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 즐거운 경험들을 나누는 커뮤니티였는데, 최근 들어가 보니 소개팅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더라고요. 유료 홈파티를 열어볼까 했던 마음이 살포시 접혔습니다. 오늘 저녁은 나 홀로 홈파티입니다. 새로 산 김치가 아주 맛있게 도착해서, 수육을 할 거거든요.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