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일주일살이를 시작한 날
아침 8시. 평화로운 백수생활 중에 모처럼 일찍 일어난 날이다. 오늘은 강화도 일주일살이를 시작하는 날...! 이 시간이면 하늘이 밝아야 하는데 흐릿한 게 곧 비가 올 것처럼 보였다. 어제 꾸려둔 캐리어를 자크로 잘 닫고, 어깨엔 커다란 에코백을 메고 지갑, 핸드폰 등을 담은 작은 천가방을 손에 쥐고. 커다란 캐리어는 반려인이 들어줘서 나는 내 몫의 에코백, 작은 천가방과 코골이를 해서 민폐를 끼칠까 봐 걱정이 되어 커다란 과자도 한 박스 사서 들고 출발했다.
서초구에서 강화도를 가는 길은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 한 시간이 채 안되어 도착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겐 인생 첫 강화도 방문이었다.
그렇다면, 아무거나 먹을 순 없지!
강화도 음식점 한 스무 개를 세상 진지하게 살펴본 다음에 리뷰가 좋은 한정식집을 골랐다. 메뉴에 보리굴비가 있었으니, 오랜만에 시원한 녹찻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탁 얹어서 먹을 생각에 신바람이 났다. 한정식 집을 방문하니, 자리에 앉고 기본 한정식 메뉴를 시키자마자 옆자리에서 "야, 어쩜 이렇게 맛없냐. 다 맛없어."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뿔싸. 맛있다는 수많은 리뷰들은 그럼 모두 거짓이었던 건가?! 한정식이 좌르르 차려지고.. 솥밥과 된장찌개, 고등어구이, 잡채는 먹을만했다. 다른 많은 반찬들은 맛이 없었다. 인생에서 처음 방문한 강화도에서 처음 먹은 맛집(인 줄 알았던) 한정식이 이렇게 맛없다니.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미리 조사해 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카페는 다소 시끄러웠지만, 커피와 케이크는 훌륭했다.
오후 3시 체크인이었던 아삭아삭 순무민박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지갑을 챙겨 맞은편 스타벅스로 왔다. 귀농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한적한 환경일 줄 알았는데, 맞은편에 커다란 스타벅스 DT를 보고 '아, 아니구나...' 싶었다.
이번주의 나는 강화도에서 지낼 예정이다, 그것도 무료로...!
'시골언니 프로젝트'에서 주최하는 귀농, 귀촌 프로젝트에 참가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됐다. 무료로 강화도에서 5박 6일간 나 같은 여성들과 모여 단체 생활을 하는 것이다. 강화도에 정착한 다양한 분들과 다양한 워크숍도 하고, 맛집도 가면서 로컬에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다.
모여서 강화도에 정착하신 지 7년이 된 크루원의 강화도 설명도 듣고, 나에 대해 소개하는 종이를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으로 꾸며보는 활동도 했다. 다들 커피를 좋아하고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하고 싶어 하는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공통점, 차이점들을 알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은 한식으로 정해서 같은 방 사람들과 길을 나섰다. 하늘은 언제 흐렸냐는 듯, 예쁜 구름과 햇빛을 보여주었고,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먹은 '돼지 석쇠구이 백반'은 반찬부터 고기, 찌개까지 모두 맛있어서 매우 행복해졌다. 만원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이 프로젝트에는 특이점이 하나 있는데, 매일 오후 9시 30분에 모두가 라운지에 모여서 '오늘의 회고'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다.
오늘의 회고 시간에는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10점 만점에 점수를 스스로 매기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말하며 나눈다. 초대 손님인 라밍님과 윤슬님. 몇 년 전 이곳에서 만나서 알게 된 두 명의 예술가 여성분은 현재 같이 살며 강화도에서 만 3년 넘게 정착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방이 3개, 옥상도 있는 단독 주택이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45만 원...!
서울에선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이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강화도,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주일이 펼쳐질지,
기대감이 수직 상승하는 하루였다.
- 파랑 -
제 자신을 찾는 긴 여행 중입니다. 강화도 단독 주택 시세를 알고 나니, 글 쓰는 제 작업실을 매우 갖고 싶어 졌습니다. 강화도 부동산을 다녀와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