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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09. 2024

이모티콘 팔아서 벤츠 살 수 있을까?

정답은?


오늘은 '시골언니 프로젝트 - 강화도' 두 번째 날!


강화도의 새벽 하늘


    새로운 환경에 놓여서인지 전날 잠을 잘 못 잤다. 새벽 5시 30분에 눈이 떠졌고, 평소 같으면 다시 자려고 했겠지만 같은 방의 진님이 새벽 6시에 일어나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신다는 말이 기억나서 안 자고 기다렸다.


요가 매트 3개 나란히

    공용 거실엔 요가 매트가 3개 준비되어 있었는데, 나 포함 딱 3명이 함께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게 되었다. 몸의 긴장을 풀고, 주변에 감사함을 가지는 차분한 내레이션을 들으며 명상을 하니 정말 좋았다. 조용한 강화도의 분위기 속에서 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하늘이 예뻐서 사진도 여러 장 찍고, 혼자 '강화집'이라는 백반집으로 걸어갔다.


강화도의 푸르른 하늘, 빌딩이 없어서 참 좋았다.


강화집! 단순한 메뉴와 맛있는 닭곰탕 백반


    강화집은 낚시꾼들을 위한 식당으로, 영업시간이 무척 특이하다. 새벽 2시부터 다음날 오후 2시까지. 닭곰탕 백반, 백반, 도시락이 메뉴의 전부인데, 닭곰탕 백반을 시켰다. 뽀얗고 걸쭉한 국물이 특징인 닮곰탕과 정갈한 반찬들이 맛있어서 밥이 꿀맛이었다. 전날 먹은 비싼 한정식보다 백배는 맛있는 식사였다. 걸어오는 길에 강화유니버스에서 추천해 주신 '조커피랩'이라는 카페에 들러 산미감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 마셨다. 카페로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며, 근처 군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출근 커피로 사가는 듯했다.


햇살이 쏟아지던 조커피랩


    '강화유니버스'의 세계관 안에서, 이번 일정 중 중요한 두 가지는

1. 하루 한 번 워크숍에 꼭 참석할 것

2. 오후 9시 30분 회고 시간에 꼭 참석할 것이었다.


    오늘의 워크숍은 바로바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만들기!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차를 뽑았다. 한 달에 몇 천만 원을 번다더라. 등등 다양한 카더라를 들었었다. 직전 직장이었던 교육 IT 회사에선 직접적으로 이모티콘 수업을 진행해 주시는 현직 이모티콘 작가분들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온몸을 명품으로 두른 매우 젊은 작가님도 뵈었었다. (이모티콘 1위 작가님이셨다.)


도토리를 콘셉트 삼아 만든 내 이모티콘


    첫날 회고 시간에 뵈었던 라밍님이 오늘의 선생님이셨다. 라밍님은 강화유니버스의 캐릭터, 브랜딩도 하시고, 동화책도 여러 권 쓰셨고, 카카오 이모티콘도 10건 넘게 승인받아서 활동하고 계신 다재다능한 분이셨다. '이비스 페인트 X'라는 무료 드로잉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내 캐릭터의 콘셉트도 정해보고, 진짜 제출할만한 이모티콘도 1개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는 몰랐다. 이모티콘 한 개 한 개에 이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어갈 줄은... 나 포함 5명이 수업을 들었는데, 이모티콘 워크숍 후에는 모두들 기진맥진 한 모습이었다. 역시나 창작은 고된 것.


    오늘 글의 제목인 '이모티콘 팔아서 벤츠 살 수 있을까요?'의 정답은 '벤츠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면 가능합니다.'이다. (사실 내 정답은 '아니요...'...)


서내농원의 두부전골


빵맛집 벨팡


    두부를 직접 만드시는 '서내농원' 가서 단체로 두부전골도 먹고, 건강한 빵, 하드빵 전문점인 '벨팡' 가서 빵도 잔뜩 샀다. 저녁엔 '섬섬초월'이라는 카페 겸 음식점을 가서 강화도에서 만든 로컬 맥주도 마셨다. 홉향이 싱그러운 게 취향에 꼭 맞았다.


힙한 느낌이 가득하던 섬섬초월


    '강화유니버스'에서는 모두들 '영감모임'이라는 모임을 주최할 수 있는데, 요가, 글쓰기, 요리 등등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영감을 나누는 일이다. 드립커피 도구를 챙겨 왔으면 드립커피 영감모임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커피 쿠폰 5장을 챙겨준다 하셔서 기구를 가져오지 않은 게 못내 아쉬웠다.


깨비님이 가져오신 샤인머스켓, 무척 달콤했다.


    매일의 회고 모임엔 특별 게스트분이 두 분씩 오시는데, 오늘은 '깨비님'과 '하루님'이 오셨다. 강화도에서 '섬,요가'라는 이름의 요가원을 운영하시는 하루님과 숲 안내를 하시는 깨비님.


깨비님은 '내가 나중에 죽을 때, 어떤 장면을 그리워할까?'라고 생각하면,
강화도의 숲을 산책한 장면이라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도시에서의 삶을 죽기 전에 그리워하진 않을 것 같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루님은 가끔 서울을 가시면, '난 서울 여자야!'란 생각과 함께 엔도르핀이 솟는다 하셨지만,
강화대교를 지나 강화도로 돌아오시면 마음이 차분해지며 다시 평화를 찾으신다고 하셨다.


    도시에 살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다니는 나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 같이 첫날의 회고를 하며 오늘 내 하루의 점수는 10점!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갔다.




파랑

강화도에서의 두 번째 밤이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이모티콘 1개 만드는데 드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또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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