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계곡 그리고 계절밥상
강화도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박 6일간 지내는 '시골언니 프로젝트 - 강화유니버스'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바다와 산, 계곡이 모두 있는 강화도에서 지낸 일주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걸까? 어디서나 머리만 대면 잘 잤었는데, 잠자리가 바뀌면 쉬이 잠에 들지 못하게 되었다. 강화도에서의 두 번째 밤도 잠을 설치고, 아침에 늦게 잠에 들었다. 아침 아홉 시쯤 겨우 일어나서 공용 라운지로 내려갔다.
전날 진 님이 비건 오이 샌드위치를 만드신다 하셔서 먹고 싶다 했더니 라운지에 다소곳이 놓여있다. 두부 스프레드를 바른 오이 샌드위치는 부드럽고 상큼했다.
오늘의 워크숍은 '계절 밥상'! 밥도 좋아하고 채소도 좋아하는 나에게 딱이었다. 오늘의 호스트는 '깨비님'. 강화도에 오신 지 24년 차 된 베테랑이셨다.
'내가 죽기 전에 어떤 장면을 그리워할까?'란 물음에, 강화도의 숲을 산책하던 장면을 그리워할 것 같다고 하셨던 분.
깨비님네는 온실과 텃밭을 갖춘 제대로 된 한옥 구옥이었다. 여기저기 주렁주렁 이름을 알 수 없는 꽃과 열매들이 달려있고, 집 천장엔 서까래가 있는 멋스러운 곳이었다.
상가 건물이나 빌딩이 한 채도 없는 자연 속에서, 우린 계곡을 찾아갔다. 말 그대로 덩굴숲을 헤쳐서 당도한 계곡. 차가운 계곡물이 발을 기분 좋게 적셔주었다. 깨비님은 노련한 손길로 계곡에 살고 있는 가재를 찾으셨다.
엄지 손가락보다 조금 작은 새끼 가재라니! 이런 건 책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가재는 맑은 물에서만 산다고 깨비님께서 알려주셨다. 커다란 돌을 조용히 뒤집으면 그 밑에서 빠르게 나와서 도망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차디찬 계곡물을 참방거리며 가재도 찾고, 바지를 적시며 커다랗고 평평한 돌에 철퍼덕 앉아있으니 꼭 신선이 된 것 같았다.
계곡을 신나게 즐긴 후, 깨비님네로 가서 워크숍의 주제인 '계절밥상'을 만났다. 그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봄의 산에서 나는 향긋한 산나물,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달콤한 늙은 호박죽, 톡 톡 씹히는 맛과 개운한 향을 선사하던 산초장아찌, 주렁주렁 박나물 등등.. 직접 손으로 키운 작물들이 밥상 한가득 올라와있었다. 생선 빼고는 모두 자급자족인 밥상. 이런 귀한 밥상이라니..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저녁 일정은 토백 님이 쏘아 올리신, 포트럭 파티! 각자 음식을 하거나, 사 오거나 해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이 딜 생크림 샐러드, 아코디언 오이 무침, 깨비님께서 주신 늙은 호박으로 부침개도 부쳤다. 총 열한 명의 여자들이 음식에 너무 진심인지라, 다양한 음식이 차고 넘치게 상에 올랐다. 맛있는 음식과, 음식보다 더 맛있는 대화들이 오고 간 포트럭 파티였다.
몸도 마음도 배부른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파랑
강화도에서는 메모장에 일기를 틈틈이 적었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었고요. 도시로 돌아와 일기와 사진을 들여다보며 브런치 글을 쓰자니, 눈앞에 그때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다시 가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