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장순 님은 작가님이자 엘레멘트컴퍼니를 운영 중이신 대표님이다. 플러스엑스에서 전략 총괄 이사를 역임하셨으며, 국내외 대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등을 만들어오셨다. 언어학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단어 하나하나를 깊게 파고 들어서 의미들을 정리하는 느낌이다.
브랜딩 업계에 계신 선배님이기도 하고, 책이나 영상 등에서 보이는 모습에서 작가님의 깊은 아우라를 느꼈었기에 책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있었다. 역시나 읽은 후 많은 여운이 남았다. 조심스럽게 읽은 내용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번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서문에 남겨주셨다.
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미의 획일화'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의미'라는 단어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 먼저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새로운 의미는 사물과 사람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관점을 구성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시한다. 마사이족의 사진을 살펴보면 얼굴에 파리떼가 잔뜩 앉아 있는 사진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왜 얼굴에서 파리를 떼어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파리가 너무 많아서 몇 마리 앉는 정도는 별로 간지럽지도 않은 걸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사이족은 반유목생활을 하기 때문에 식량과 가죽을 제공하는 소와 양을 매우 중시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가축을 보유하느냐는 부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가축은 파리떼는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파리떼는 '부'를 의미할 수 있다.
파리에 대한 다른 의미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하면 쉽게 팔리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품도 너무 많고 브랜드도 너무 많다. 이제 소비자는 제품을 찾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그 소비자가 원하는 '의미'는 찾기가 어렵다. 소비자 조사를 해서 받은 답변들은 표면적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자신을 속이고 답을 하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기도 한다.
앞으로의 브랜딩, 마케팅, 기업 경영은 소비자가 아니라, 사람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그/녀가 속한 공공체에 어떠한 '의미'를 선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다이슨이 브랜딩을 하지 않는다거나, 노브랜드가 브랜드가 없는 제품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정말 브랜딩을 하지 않는 것일까??
제임스 다이슨 회장이 국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케팅은 포장 또는 술책'이라고 하면서 진공청소기는 먼지 빨아들이고 청소만 잘하면 됐지 어느 브랜드에서 만들었는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외치면서 브랜드보다는 가성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이슨은 브랜딩보다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브랜드로 인식이 잡혔고, 노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이라는 가성비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잡혔다. 브랜딩은 안 한다,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결국 어떤 방법으로든 브랜딩을 했다는 이야기다.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단지 제품만을 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4가지 차원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품, 조직, 개성, 상징'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광고 아님)
제품만으로 브랜드를 만들 수 없고 로고만으로도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는 없다.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만으로 매출이나 주가를 올리긴 쉽지 않다.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 로드맵을 담고 있다. 보약은 장기 복용해야 효과가 있듯 브랜드 관리 역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소비자는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가?? 많은 연구에서도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돌아봐도 리뷰를 보고, 혹은 주변에 믿을만한 친구가 추천하면 덜컥 사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세상의 모든 정보 일리 없기에 그 작은 정보 내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구매해도 괜찮다는 믿음'만 생긴다면 무엇이든 사게 된다는 이야기 일 수 도 있겠다.
책에서는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의 의미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차별적으로 기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차별적 가치가 있어도 무조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며 어설프게 차별화할 바에는 기본에 충실한 편이 낫다는 것은 명심하라고 덧붙인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의 카테고리에서 요구하는 기본 가치에 추가적은 차별화 요소가 더해져야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카테고리의 볼보는 안전이라는 알파가 있고,
반지 카테고리의 티파니는 청혼이라는 알파가 있고,
장난감 카테고리의 레고는 이야기라는 알파가 있는 것처럼
이렇게 자신의 브랜드만의 전달할 수 있는 의미로 맥락을 바꿀 수 있다면 차별화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네슬레는 커피를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차 말고는 다른 음료를 잘 받아들이지 않은 일본의 문화 때문에 커피 판매를 밀어붙이는 대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커피 맛 디저트를 만들었다. '차'라는 맥락을 지우고 '디저트'의 맥락으로 의미를 이동시킨 것이다.
또, 일본에 진출한 한 막걸리 사업가는 일본 사람들이 막걸리를 차를 마시듯 천천히 마셔서 회전율이 올라가지 않자 막걸리 잔을 '맥주잔'으로 바꿨다고 한다. '차'라는 맥락을 '맥주'의 맥락으로 바꿨고, 막걸리는 젊은 술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내 상품의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땐 과감히 의미의 맥락을 바꿔라. 본질을 잃지 않되, 시장과 소비자에 따라 유연하게 형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막걸리를 맥주잔에 준 것처럼, 자기 다움은 형식에 있지 않다.
브랜드의 본질은 '의미'에 있다. 브랜딩의 본질은 '차이'에 있다. 브랜드는 '의미'를 지닌 '기호 sign'이며, 브랜딩은 '의미'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호 활동'이다. (146p)
셈프리니가 정립한 소비 가치 유형학 이미지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리스의 대립 사각형 모델을 발전시킨 거라고 하는데 훨씬 보기가 좋다.
각 4분면은 각각 '프로젝트', '임무', '정보', '행복감'으로 정의된다. 소비 가치 유형학인데, 사람 자체의 성격 유형을 반영하기 하는 듯하다. 물론, 모든 제품에 같은 가치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한 명의 고객이라도 옷을 살 때는 행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차를 살 때는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하나의 브랜드는 보통 다양한 사분면에 걸쳐서 분포될 수 있지만, 핵심 가치 차원으로 보면 특정 영역에 포지션 될 수 있다. 우리 브랜드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자리를 잡아보면 도움이 될 만하다. 위와 같이 브랜드의 차원은 보다 일관된 원칙과 지향 가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케팅은 브랜드의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자유롭게 변주해 나갈 수 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의미를 확장하는 시도는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변하지 말아야 할 본질들을 안 상태에서 마케팅 전략/전술은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브랜드는 뚝심 있고 일관되게 마케팅은 유연하고 다채롭게
1992년 'LA폭동' 사건 이야기. 1991년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운전자가 과속 운전으로 경찰에 잡혔다. 백인 경찰은 이 흑인을 집단 구타해서 청각장애인이 될 정도로 심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백인 경찰에게 면죄부를 줬고 이것을 계기로 흑인들은 LA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중에 멀쩡하게 남아있는 5채 빌딩이 있었다. 이 빌딩은 모두 맥도널드였다. 흑인들은 맥도널드가 자신의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맥도널드는 저소득층에게 농구장을 설치해주고, 수년간 수백 잔의 무료 커피를 흑인 노숙자들에게 나눠졌었다. 그들에게 맥도널드라는 브랜드는 '친구이자 가족'의 의미였던 것이다.
스토리는 전달하면 '스토리텔링'이 되지만, 실천하면 '스토리 두잉'이 된다. 스토리 두잉이 있으면 스토리는 공유되고 기업의 지속적인 실천은 기업의 DNA로 뿌리내리게 된다.
브랜드는 단지 상표가 아니다. 브랜딩은 네임, 디자인, 패키지 등으로 멋지게 꾸미는 성형 활동이 아니다. 브랜딩은 조직, 제품, 상징, 개성 등의 차원에서 의미를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행위다.
브랜드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브랜드가 응답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바로 개인의 소외를 극복하고 행복의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라고... 기업의 존재 이유가 정말 '영리 추구'가 맞느냐 하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개인의 행복과 이익을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브랜드는 진정한 개인화의 시대로 다가서고 있고, '민주주의 브랜드'는 각 개인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잘 나누어주는 브랜드다. 그렇게 브랜드는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
브랜드 철학자로 불리는 최장순 작가님의 책은 항상 깊은 여운을 준다. 너무 깊어서 이해를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도 많은 것 같지만, 여러 번 복기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의미를 전달해야 할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의미를 통해 공동체에 어떤 행복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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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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