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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하루4

by 기빙트리

오래된 골목의 작은 책방 '기빙트리'의 하루

서리단길 끝자락, 오래된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책방을 지키고 있다.
‘기빙트리’ -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간판도 없이 대충 나무판자에 페인트로 글씨를 써서 붙이고, 다른 가게들처럼 휘황찬란한 조명도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낡은 나무 문이 살짝 삐걱거리며 작은 종이 딸랑 소리를 낸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 골목과 닮은 조용하고 느린 리듬이 흐르는 곳이다.

책방은 낮11시부터 오후7시가 지나면 문을 닫는다.
그저 하루의 어느 조용한 한때, 골목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사람들의 느린 걸음을 함께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기빙트리의 시간은 세상의 분주함과는 조금 다른 결로 흐른다.

책방지기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지키는 일이란,
매일 책을 들여다보고, 커피를 내리고,
가만히 흘러가는 공기 속에 마음을 잠시 머무르게 하는 일이다.
가끔은 책을 고르다 말고 조용히 눈을 감는 이가 있고,
창가에 앉아 글을 쓰다 아무 말 없이 떠나는 이도 있다.
그 모든 순간이 이 책방을 책방답게 만든다.

이곳에서 나는 외로움과도 조금씩 친구가 되어간다.
세상 어딘가에서부터 밀려온 듯한 고요함.. 쓸쓸함이,
책 한 권, 음악 한 곡,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다정한 마음으로 바뀌는 걸 느낀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도 괜찮을 수 있다는 것.
혼자라는 감정 속에도 따뜻함이 깃들 수 있다는 것.
나는 이 작은 책방 안에서 그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기빙트리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오래된 골목의 시간 위에 포개져,
말보다 조용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문을 열고 책방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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