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젓가락질이 서툰지 반찬을 조금 흘리고 먹는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난 몰래 훔쳐본다. 이것도 먹어. 내가 말한다. 당신은 잘못 익혀 물컹거리는 만두를 한입에 넣어 먹는다. 맛있어? 당신은 김을 두장씩 집어 젓가락으로 밥을 싸 먹는다. 갑자기 내 머릿속엔 고춧가루로 양념된 시골식 단무지가 떠오른다. 정적. 난 당신의 급하게 먹는 버릇이 어렸을 때 식구가 많아서 생긴 걸까 상상해 본다. 반찬을 두고 젓가락질을 바삐 하는 식탁 풍경을 떠올린다. 창밖에. 햇볕이 아스팔트 위에 부서진다. 난 그 풍경이 마치, 화질 나쁜 필름 사진 같다고 생각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당신은 커피를 마신다. 얼마나 됐어? 당신은 손가락을 벌려 셈을 하려다 말고 12년쯤이겠지 얼버무리듯 하품을 한다. 한껏 기지개를 켜는 팔을 따라 셔츠가 배를 드러낸다. 1시 38분. 때 묻은 창가에 햇살이 번지며 노랗게 흩어진다. 당신은 문득 방금의 식사가 제법 괜찮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오늘 영화나 볼까?’ 아냐. 피곤할 거야. 내가 대답한다. 당신은 다시 한번 하품을 하다 커피를 모두 들이킨다. 난 잠시 뜸을 들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