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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phantmatch Production Mar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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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할 때면 글을 쓴다. 활자를 징검다리 삼아 한 걸음씩 나간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숨도 마음도 차분하다. 산책과 같다. 요즘엔 일할 때도 40분을 일하고 20분 쉬는 패턴을 고수한다. 쉬는 시간엔 회사 앞 공원에 나가 나무도 보고 햇빛도 쬔다. 요즘엔 꽃망울이 하나씩 올라오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게 참 편안하다. 아직 새잎을 내밀지 못한 잔디를 밟는 것도 부서지는 모래를 밟는 일도 이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걷고 문장을 따라 생각한다.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돈다. “똑똑한 사람은 글을 써도, 잘 다듬어진 작품을 하나씩 하나씩 올리던데. 그래야 구독자도 늘고 팔로워도 늘 거잖아?” “그럴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짓일까. 내가 하는 일이나 생활은 또 아무 쓸모없는 짓일까. 난 제대로 가고 있을까. 나이가 찬다. 내 나이에 기회라는 잎사귀는 앙상하다. 이 나이쯤엔 좋아하는 게 몇 남지 않는다. 영화 히트로커에서 나온 대사다. 우리 부서에는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고참 부장이 한 명 있다. 그가 언젠가 술자리에서 말하길, 휴가가 나왔는데 오랫동안 쉬면서 아무것도 할 게 없더라 나도 일을 해야겠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염치 불고하고 내 위에 눌러앉겠다고 선언한 그 부장은 그에게는 중요하지도 않은 이 일의 의사결정을, 역시 그에게는 중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옷을 고르는 일처럼 “빨간색이면 괜찮은 것 아니야?”라며 아내에게 멋쩍은 선택을 하듯이 하고 있다. 조종법을 알지도 못하는 그는 비행기를 위아래로 휘저으며 멀미를 일으킨다. 구토가 나온다. 그러니 산책하는 일. 그게 지금 내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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