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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phantmatch Production May 25. 2022

2022년 5월 25일 수요일의 유서

막상 혼자 하는 사업을 시작해보려니 외롭고 막막하다. 난 몇 번의 사회적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그 위기에서 멀찌감치 떨어지려 한다는 걸 매번 느꼈다. 참 차가운 일이지만 세상이 그렇단 걸 일찍 알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면 관계란 건 무엇인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곤 한다. 사회에서의 관계란 성공을 위한 성공한 사람들의 이해관계다. 누군가 위기에서 구출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버리는 편이 낫다. 누군지 모를, 내 유서를 읽을, 당신이여. 난 또 한 번의 어려운 시기를 뚫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의 삶을 나 자신이 직접 끌고 간다는 느낌은 회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존에 가까운 감정이다. 난 이 감정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

가족들은 모두 내가 사업을 하면 잘 되지 않을 것이라 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난 셈이 밝지 않다.

*

차를 마시니까 마음이 좀 진정되는 듯하다.

*

아침이 되면 고민은 다시 시작된다. 생각은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내 머리로 석탄을 실어 나른다. 전광판의 질문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날 초조하게 만들고 이 난장판의 상황에서 난 정교한 방정식을 풀어낸다. 답을 찾자 답을 찾자. 아니면 난 질식하고 말 것이다.

*

당신이여. 난 요즘 매일같이 새벽에 눈을 떠, 작은 방에 나를 가두고 앉아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일어서서 그 두 평 남짓한 방을 뱅글뱅글 돌기도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일으켜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이 쌓였다. 난 자신감이 생기다가도 사라졌다. 난 즐겁다. 그러면서도 초조했다. 이러다 건강이 다시 나빠지는 건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 시절은 내게 다시 돌아온 청춘 같았고 싹을 피우려는 떡잎 같았다. 내 인생 마지막 도전이겠지 하며 위태로운 이 시간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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