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문 쪽에 한 작은 집이 있었다.
군인 대 여섯 명이 낡은 나무 상자에
태극기를 덮고 우리 동네로 오던 날이었다.
전날 새벽부터 계속 내리던 눈을
푹 푹 소리를 내며 행군한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들은 우리 집 뒷 문과 마주 보는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이 남쪽 마을까지 온 군인들이 낯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 작은 집에는 젊다기보단 어린 부부가 살고 있었다.
국민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다는 그 부부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한 쌍인 듯 다녔는데
작은 집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소녀가 17살에 임신을 한 후부터였다.
둘이 붙어 다닐 때부터
소년의 아버지는 가난한 소녀를 못마땅했는데
소녀는 소년의 아버지를 기죽거나 피하지 않고
입으로 물어버렸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녀는 억척스럽고 대담함을 지녔다.
어쨌든 소년의 아버지는 자신의 첫 손자를 위해
결혼을 허락하고 그 작은 집을 얻어줬다.
나는 나이가 비슷한 첫째 아들 동영과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돌로 장난을 치며 골목을
쏘다니던 때에 소녀는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산 후 동영의 아버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입대를 하였다.
손이 깨질 듯이 추운 날 군인들은 소년을
태극기로 감싼 나무 상자에 담아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소녀는 군에서 선임에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남편을 잃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 시대였다.
가장이 된 소녀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나에게 한없이 차가웠던 새어머니도
필요 없는 바느질감을 만들어 그녀에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