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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알유 Nov 04. 2020

소녀-1

우리 집 뒷문 쪽에 한 작은 집이 있었다.


군인 대 여섯 명이 낡은 나무 상자에

태극기를 덮고 우리 동네로 오던 날이었다.

전날 새벽부터 계속 내리던 눈을

푹 푹 소리를 내며 행군한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들은 우리 집 뒷 문과 마주 보는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이 남쪽 마을까지 온 군인들이 낯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 작은 집에는 젊다기보단 어린 부부가 살고 있었다.

국민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다는 그 부부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한 쌍인 듯 다녔는데

작은 집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소녀가 17살에 임신을 한 후부터였다.

둘이 붙어 다닐 때부터

소년의 아버지는 가난한 소녀를 못마땅했는데

소녀는 소년의 아버지를 기죽거나 피하지 않고

입으로 물어버렸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녀는 억척스럽고 대담함을 지녔다.

어쨌든 소년의 아버지는 자신의 첫 손자를 위해

결혼을 허락하고 그 작은 집을 얻어줬다.


나는 나이가 비슷한 첫째 아들 동영과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돌로 장난을 치며 골목을

쏘다니던 때에 소녀는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산 후 동영의 아버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 입대를 하였다.


손이 깨질 듯이 추운 날 군인들은 소년을

태극기로 감싼 나무 상자에 담아왔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소녀는 군에서 선임에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을 잃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 시대였다.


가장이 된 소녀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나에게 한없이 차가웠던 새어머니도

필요 없는 바느질감을 만들어 그녀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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