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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알유 Nov 09. 2020

소녀-2

매일 아침마다 우리 집 대문 앞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마을 사람들은 무언가 해결할 문제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군수라서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일본 유학생이었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수재였고

지식인이셨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의 사람들을 보살폈고

그것당연 본인들의 의무라고 여겼다.


아들의 학비가 없는 이는 돈을 기약 없이 꿔갔고

배가 고픈 사람들은 쌀을 얻어 갔으며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찾아와

표를 청탁을 하고 갔다.


하루는 줄을 서는 사람들 중 소녀도 있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소녀는 두 아이와

짐을 들고 줄을 섰다.

아버지 방을 들어갔다 나온 그녀의 손에

돈뭉치가 있었고 그녀는 그 길로 곧바로

서울로 상경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500만 원 안팎의 돈을 받았고

서울역에 도착한 후 멀리 가지 않아 작은 셋방을 얻었다.

과일을 심으면 농부를 욕했던 시절에 그녀는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고

소고기만 먹고 자랐다.

헛간에는 언제나 과일이 박스채로 있었다.

그런데도 바나나는 신기하고 생소한 과일이었다.

동화책에서 나온 바나나는 껍질이 미끄럽고 노란 신비한 과일이라고 했다.

'무슨 껍질이 사람이 미끄러질 정도지?'

맛은 고사하고 어떻게 생긴 것인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그 바나나를 팔기 시작했다.

먼저, 물포에서 해외에서 들어오는 바나나 중에서 다발에서 뜯어져 낱개가 되어버린 바나나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샀다.

그 길로 바나나를 살만한 동네로 가서 낱개 바나나를 길거리에 판매했다.

그러다 경찰이 들이닥치면 머리에 바나나가 담긴 바구니를 이고 뛰어야 했다.

종종 걸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에는 과일을 모두 뺏겨 빈 손으로 집에 가야만 했다.


서울로 이사 간 나의 친구이자 그녀의 아들은 어린 동생을 집에서 돌보았다.

그러다 한 번은 화장실을 간 사이에 겨우 세네 살인 동생이 문을 열고 집을 나가 버린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남겨진 두 아이가 걱정됐던 그녀는 집 문을 밖에서 잠가버리고 일을 나섰다.

집에 불이라도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것이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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