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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알유 Dec 15. 2020

소녀-5

방학이 끝나자 언니는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종종 아버지가 출장 차 서울에 갈 때 언니를 감시하긴 했지만 

그래도 언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즐겼다.

언니가 덜컥 임신을 하고 나서야 아버지는 언니네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인정하셨다.

아버지는 언니와 형부에게 집을 사주셨고 

출산이 가까워지자 큰 어머니는 미리 손수 만들어둔 아기의 배냇저고리와 

미역을 사들고 서울로 가셨다.


우리 동네에는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오로지 과자 하나를 얻어먹으려 성탄절에 가곤 했다.

하나님을 믿으려 노력했으나 하늘 위에 전지전능한 누군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초등학생의 나의 눈으로 보아도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과

어쩌다 생기는 일이 너무 많았다.

부활절에는 계란을 먹으러 가고 성탄절에는 사탕을 먹으러 갔다.

그것은 의례 나만의 일상이었는데,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 가서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먹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스님들이 살생을 하지 않아도 마른 사람 하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어쨌든 나는 하나님과 부처님까지 믿으니 두 배로 보살핌을 받을 것이다. 


이런 나와 반대로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성심성의껏 갔는데,

보수적이셨던 아버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종종 교회에 가서 교회 사람들과 잘 지냈기에

언니를 부지런하다며 칭찬했다..

교회에서 회장도 맡고 특기를 살려 성가대가 되었다.

언니가 대학을 가서 가끔 주말에 집에 내려오면 자고 있는 나를 보며

'얘, 너는 어쩜 그렇게 일요일 아침에 자고 있니.

언니는 서울에 가서도 교회를 간단다' 했다.


언니는 형부를 교회 성경학교에서 만났다고 했다.

성경학교는 주 2~3회 모여서 성경 공부를 하는 것인데

교회만 다닌다고 성경의 내용을 전부 알 지는 못하니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하는 모임 스터디이다.

나는 한 번도 완독 하지 않은 성경을 언니는 서울에 가서도 공부하고 있었다.

언니가 참여한 성경모임은 공부를 하는 6개월 동안은 

인터넷이나 전화 등의 연락을 삼가면서 오로지 성경 공부에만 매진하게 했다.

그래서 종종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되기도 했고, 

언니가 종종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기에 가족들은 그저 언니가 바쁜 줄만 알았다.

한 공간에서 공부에만 몰두하다 보니 젊은 남녀가 눈이 맞는 것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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