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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상 Nov 22. 2018

카가와현 여행-프롤로그

'정말 질리도록 우동을 먹고 올까?'

'어떤 여행이라도 나름의 테마가 있다. 시코쿠에 갔을 때는 매일 죽어라 우동만 먹었으며, 니가타에서는 대낮부터 사케를 실컷 마셨다'
라는 글로 시작하는 하루키의 여행책을 읽은 게 이번 내 여행의 시작점이다.

혼자 가게 될 여행지를 고르는데 카가와를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질리도록 우동을 먹고 올까?'
이런 단순한 생각이었다. 아내에게는 '두 달 뒤 마흔이 되니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흔쾌히 허락해준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난 고민 없이, 죽어라 우동을 먹었다.

시코쿠 카가와현 다카마쓰시. 옛 이름은 사누키로, 우리가 아는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자, 우동의 성지라 불리우는 곳이다. 가끔 친구들끼리 '머리에 우동사리가 들어찼냐'라는 말을 하는데, '우동이 좋아 우동만 생각'하는 '우동뇌'가 정말로 이 지역 마스코트다. 엽기적이다.

진짜다


연간 우동 소비량 230그릇. 쌀이 주식인지 우동이 주식인 지 헷갈릴 정도로 이 곳의 우동 사랑은 대단해서 일본 내에서도 영양불균형 비율이 오키나와급으로 높다고 한다. 이런 비정상이 너무 매력적이다. 나로서는 오기 전부터 카가와의 팬이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일요일 아침, 이왕 가는 거 즐겁게 다녀오라는 아내와 6개월 된 아기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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