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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DAK 노닥 Mar 25. 2023

사진론 : 스트릿포토

에 대하여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똑같은 사진기를 쥐어 준다 할지라도 그 결과물은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풍경을 중심으로, 어떤 사람은 사람을 중심으로. 총천연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흑백의 풍부한 먹빛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좋다- 이건 나쁘다 하는 시각을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갖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가끔 서로 싸움이 벌어집니다. ‘네가 하는 사진은 예술이 아냐’ 하고 말입니다.


스트릿 포토(거리사진)는 그 논쟁의 한 가운데 오랫동안 서 있던 사진의 방향이었습니다. 대부분 125분의 1초 안에 필름에 새겨지는 빛은 사람에게는 번개와도 같은 속도라서, 내가 좋아하는 구도에서 셔터를 눌렀던가? 내가 뷰파인더를 보기는 했었나? 조리개 값은 어떻게 두었지? 하는 생각이 재앙처럼 뒤따르기도 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사진. 다른 사람들은 이 거리사진을 가리켜 ‘공을 들이지 않은’ 사진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스트릿은 스트릿만의 맛이 있으니 오늘은 그것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런 이미지도 스트릿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왜 하는가?

거리사진을 왜 찍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 경우에 거리는 참으로 재미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찍습니다. 흥미로운 것을 흘려보낼 수 없는 성격인 저는 수십번 방문했던 곳이고 지난번에도 사진을 찍었다 할지라도 또 흥미로운 현장이 펼쳐지면 그새를 못참고 셔터를 누릅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오묘한 몸짓, 표정과 거리의 변하지 않는 모습 또는 빛의 새로운 움직임 따위를 포착하려 하는데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다른 작업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질 정도로 홀려버리기도 합니다.

꼭 사람만 찍으란 법은 없습니다. 고양이들도 훌륭한 피사체들입니다.

거리사진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모델을 따로 구하지 않는 사진이라 그런것일텐데, 지나가는 모든 행인, 오브제, 사물과 자연, 거리의 신호등 따위가 모델이 되어줍니다. 연출하지 않았는데 연출한 것 같이 나온 사진을 건졌다면, 어렸을 때 반짝이는 홀로그램 디지몬 카드/또는 유희왕 가드를 손에 넣은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거리사진의 단점은 뭘까요? 부자연스러움입니다. 거리사진은 자연스러움과 동시에 부자연스러운 사진방법입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군중 안에 섞이는 관찰자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현장을 찍지만, 카메라 렌즈를 의식한 군중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은 모델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즉, 연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불편한 만남이 발생하게 됩니다. 내 렌즈를 보고 기겁하여 따지기도 하고 곧잘 화도 냅니다.

거리사진은 자연스러운 조화를 우선으로 하지만 때로는 부자연스럽다는 점에서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거리사진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초상권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신체와 얼굴에 대한 권리가 있습니다. 그건 법으로 보호되든 아니든 마찬가지입니다.

거리사진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행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의 사냥감이 아닙니다.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며, 그들의 얼굴을 그저 즐거움을 위해 소비하는 행위는 자아도취적이고 파괴적이며 비신사적인 추태입니다. 마치 현장을 사냥하는 듯 하게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피할 것입니다.


간혹,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필름/이미지 폐기를 요청하는 행인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을 찍지 않으려 했다 할지라도요. 그러나 사진가는 알아두어야 할 점이, 그들의 요구를 다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그들의 권리를 수행하는 일입니다. 나는 그들의 권리를 지켜야 하고 이는 절대 깰 수 없는 불문율입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던 그 사람이 자신이 조금이라도 나온 사진을 폐기하고 싶다 한다면 그 사진을 전시회에 걸어두었다 한들 바르게 폐기해야 합니다.


앞으로, 스트릿은 어떻게 변할까요?

사람들은 점점 신기한 탈것을 타고 갈 것이며, 미세먼지 때문에 여름이든 가을이든 뿌옇게 되며, 행인들은 무관심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할 겁니다. 거리엔 쓰레기가 넘칠 수 있고 세워둔 동상은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포착하는 일입니다. 그것을 유지한다면, 우리의 사진은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 아닌 기록적인 가치를 가지고 앞으로의 세대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찍는 것도 훌륭한 스트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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