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이 될까 봐 두려운 어느 30대 이야기
어려서부터 성공에 대한 욕심이 컸다. 막연하게 그저 '나는 잘될 것'이라 믿었고, 입버릇처럼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내가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꼭 호강하게 만들어 줄게. 기다려!'라는 효심 깊은 공수표를 뿌리고 다니곤 했다. 어떤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 채 나이가 들면 나는 꼭 멋진 사람이 되어 돈도 많이 벌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치기 어린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입시생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으며, 취준생이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의 꿈은 점점 현실이라는 허들을 넘으며 작아져만 갔고, 마침내 취업이라는 거대한 문턱 앞에 섰을 때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카드는 '대기업 취업'이었다. 시간과 압박감에 떠밀려 오직 취업만이 하나의 목표로 느껴졌고, 그중에서도 '대기업 취업'만이 성공의 보증수표처럼 느껴졌다. 대기업에 취업만 하면 내가 그리도 꿈꾸던 멋지고 돈도 잘 버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 꿈을 이루었다.
취업은 그저 하나의 문을 연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 문을 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고, 제발 그 문을 열 수만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랐었다.
그리고 진짜 직장인이 되었을 때, 나는 여느 직장인들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인턴 시절 봤었던 사람들처럼 동태 같은 눈을 하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직장인이 아니라, 반짝이는 눈빛으로 성과를 내며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이 마냥 핑크빛일 수는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Do What you Love'
당신이 사랑하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워크(wework)의 슬로건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어느덧 직장생활 6년 차인 나는 아직도 이 문장을 보면 가슴 설레면서도 목이 메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는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6년 차 직장인에 접어드는 나는 맹세컨대 일을 허투루 한 적이 (거의) 없다. 욕심이 많은 성격 탓에 '잘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커 야근을 자주 하고 주말에는 스터디와 자기 계발에도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라는 구조 속에 나의 일을 사랑하기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일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집중할수록 회사에만 매몰되어 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어느덧 월요병에 시달리며 주말을 기다리고, 지친 몸을 이끌며 지하철에 올라타는, 점심시간 커피 한 잔에 피곤함을 잊어보는 그런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나의 삶, 그리고 내가 꿈꿔왔던 나의 모습은 없어지게 되는 걸까.
이렇게 나의 삶이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감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을 때, 어쩌면 나는 실패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어렸을 적 꿈꿔왔던 내 모습처럼 멋지고 성공적인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과연 지금의 안정적인 위치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그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두려움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만 다른 사람들의 도전과 스토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음 스텝을 자연스레 고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아직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실패는 결과일까, 과정일까? 실패를 지나 마침내 성공한다면 실패는 과정이 될 것이고, 실패에 머무른다면 그 실패는 결과에 멈출 것이다. 마치 성공한 사람들만의 명언 같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직장인의 바이블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다.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그냥 걸어갈 수도 있지만 나아가기 위한 고민 또한 앞으로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지치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어릴 적의 내가 치기 어린 자신감을 부렸듯이 '나는 잘될 것'이라는 생각을 무작정 해볼 테다. 그 끝 역시 직장인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나아가기를 마음먹은 이상 평범한 직장인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어릴 적 내가 바라던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차근히 그러나 조금은 더 단단하게 준비해나갈 것이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성공의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역시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기를 거부하며 작가의 모습으로 한 걸음을 내디뎌 본다.